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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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나는 누구에게나 집이 있고, 그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학교에 다니는 모든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일과가 끝나면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니까. 그래서 집이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7년은 대한민국에 초유의 경제사태가 벌어진 해였다. 뉴스의 어려운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금붙이를 기부하던 모습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이의 돌반지부터 오래전 예물로 받은 소중한 것들을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기꺼이 내놓는 모습에 어린 마음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그 시기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졌고, 삶을 잃은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났다. 집은 곧 삶이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사회의 노동 인구로 인지될때쯤 친구들과 만나면 화두는 적금, 보험, 청약 등이었다. 어떤 친구는 배우자와 함께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어떤 친구는 혼자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물론 나도 집이 갖고싶다. <인어의 꿈>속 시현 처럼. 시현은 나의 친구고 이웃이다. 모든 생활을 방 하나에서 하는 그런 삶 말고 방과 거실이 분리된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싶다는 꿈을 꾼다. 그 꿈은 ’난 대통령이 될꺼야.‘처럼 허황된 꿈이 아닌데도 너무 높고 험난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시현은 나 이자 우리였다.

소설 속 인어는 인간이 낯설고 의문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환경변화탓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이간세상에선 그걸 ’집‘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느리지만 확실하게 알아가는 이나를 보며 세상을 다시금 돌아보았다. 그 어느때보다도 극심한 기후위기 현상들을 보며 사실 이나는 꼭 인어가 아니어도 지구상의 그 어떤 생물들에 대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안전을 꿈꾸고 평안하길 바란다. 매슬로우라는 학자의 욕구 위계 5단계 중에서 안전은 두번째에 속한다. 그만큼 인간에게 꼭 충족되어야 할 부분이다. <인어의 꿈>속에서 안전을 바라는 이나와 시현, 그리고 은수와 같은 인물들은 결국 이 사회의 우리 얼굴이었다.

나는 오늘도 시현처럼 나만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꿈꾼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헤줄 그런 공간을. 인어의 꿈은 사실 나의 꿈이고 우리 모두의 꿈이다. 소설 속 이나와 시현, 그리고 모든 불안한 이들이 평온해지길, 그리고 이 거친 세상 속 나와 우리도 모두 평안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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