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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환 외 옮김 / 현대경제연구원BOOKS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철저히 미국 이야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The Conscience of a Liberal'... 이 책의 원제입니다.
저는 원제가 더 마음에 듭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제목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은 철저히 미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의 미국의 정치경제사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길게 서술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낯선 미국의 역사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다보면 어느덧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게 됩니다.
(조금은 억지와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미국 우경화의 기반을 마련한 '보수주의 운동'의 정책 및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우리나라 '뉴라이트 운동'이 떠오릅니다.
현재 미국 우경화의 큰 원동력중 하나인 '인종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우리의 '지역갈등'이 떠오릅니다.
현재 미국 보수주의자들(조지 W.부시가 포함된다)의 경제 정책 방향을 제공한 공급중시론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요즘 추진하는 '감세정책과 공기업 민영화, 기업친화적이라 통칭되는 정책들 등'이떠오릅니다.
불평등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어찌나 우리나라와 똑같은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예로 (처음 알았는데) 미국인들도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무리해서 집을 사고, 많은 빚을 지고 있답니다.
또한 일류 학군 부근의 집 값은 점점 더 오르는 추세랍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득불균형에서 오는 사회적 불평등을 뛰어넘기 위해서 그런답니다.
저자는 한때 중산층 중심의 정치경제적면에서 (상대적으로) 평등 국가였던 미국이
보수주의 운동으로 정권을 잡은 보수주의자들로 인해 소득 불균형이 극심한 불평등 국가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런 미국과 비슷한 길을 가려하는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될지 너무 자명하지 않은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철저하게 미국 이야기지만,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는듯 합니다.
그나마 우리나라에는 미국과 달리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제도가 있다는 것이 아주 다행스러울 정도로
미국의 이삼십년전부터 지금까지의 모습과 지금 우리의 사회 분위기, 경제 정책 등이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는 이 의료보험제도 마저도 미국식으로 손보려 하는듯 합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저자는 해결책으로
이전에 중산층 중심의 (상대적으로) 평등 국가였던 미국이 하던데로
시장영역 안팎에서 (뉴딜정책을 계승한) 적절한 제도적 장치 및 사회적 규범을 다시 만들어 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하는 이유로,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수주의자들은 '불평등은 당연한 것이고, 탐욕은 좋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민주주의자이고 사람을 존중하고 법치를 믿는다면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 노력은 사회를 제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가는 노력도 포함되며,
그것이 진보주의자로서의 양심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당파성을 띨 수 밖에 없다는 자기 변명으로 끝을 맺는데,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의 행동 방향을 제시 해준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정치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어야 사회구조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이 책은
현재의 우리나라의 모습과 흡사한 시기를 이미 보낸 미국과
그런 미국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우리'(아주 부유하지 않은 대다수 일반 시민)들이
어떤 정책을 지지해야하고 / 어떤 나라를 꿈꿔야하는지 / 어떤 투표를 해야하는지
어렴풋이 길을 보여주는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