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작은 방 - 낯선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위한 쓸쓸한 안식의, 1인분의 방
노현지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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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남동 작은방은 신인작가인 노현지 작가가 취업을 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연남동에 작은방을 얻어 살면서 벌어지는 일, 그날그날의 감정, 회사에서 쌓은 낯선 경험들을 한데 모아 써 내려간 에세이이다. 


 난 이 책을 기꺼이 청춘 에세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사회생활 신입시절이 떠올라 너무나도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난 아직까지 한 번도 분가를 한 적이 없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온전히 나의 집, 나의 공간이랄 게 없다. 그렇지만 나는 노현지 작가처럼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름 좌충우돌 신입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절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연남동 작은방’의 첫 출근이라는 에피소드를 보면 정식으로 사무실에 출근한 첫날 어색하게 선배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나 직원들의 얼굴을 외우기 위해 주소록의 사진과 이름을 매칭하며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마치 나의 첫 사회생활 보는 것 같아서 우스웠다. 


 나는 첫 직장에서의 첫날, 어색하게 교사실에 들어가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만히 멀뚱히 앉아 있었다. 그리곤 퇴근하라는 말을 듣고 야근을 하는 선생님들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교사 혼자 퇴근을 해버렸다. 아마 지금이었으면 공동 업무라도 도맡아서 다 함께 일찍 퇴근하려 했거나 선생님들에게 수고하시라며 너스레라도 떨었을 텐데 첫 사회에 발을 디딘 신입교사였던 나는 낯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너스레를 떨 만큼 애교 있는 성격도 아니었고 융통성도 없어서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 작가도 오롯이 이런 낯선 과 어색함을 느끼며 이걸 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융통성 없이 시키는 대로 했던 어린 마음의 나와 같다고 생각했다. 


 위와 같은 에피소드로 이 책은 소소하면서도 일상적이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일기장 같다. 


마치 작가가 내 방에 혹은 내 직장에 cctv를 단 게 아닐까?라고 실없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루 종일 엿 같고 더러운 일이 있었어도 마음 잘 맞는 몇몇 직장 동료들로 인해 하루를 위로받고 일적인 사이에서도 소소한 추억을 쌓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를 들어 ‘가또쇼콜라 생일’ 에피소드를 보면 혼자 살기 때문에 미역국은 먹지 못했지만 작가는 혼자 사는 직장인들은 다 그래라며 어른스러운 척 넘겨보려 한다. 그러나 내심 외로운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보였는데, 때마침 그 마음을 어떻게 알고 큰언니가 생일 케이크를 보내주었고, 직장 동기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용히 초를 불며 생일을 자축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직장 생활에서 힘든 일이나 외로운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알고 주변 사람들이 때맞추어 나타나 위로를 해주거나 도움을 주었던 기억이 있어서 마음에 와닿았다. 


 이런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작가는 세심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감성으로 방안의 빨간 꽃이나 봄마다 동네에 피는 라일락 나무, 회식 후 사라진 열쇠라던가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작은 소품들을 주제로 ‘연남동 작은방’에 자신만의 글을 채워간다. 난 이런 작가의 글을 읽으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따뜻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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