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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평점 :
총,균,쇠 는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은 무엇일까?" 라는 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부와 과학기술, 정치조직과 인구 규모 등이 특정 지역에서 훨씬 더 빨리 발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역사는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되었는가?"
위의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역사가 종족마다 다르게 진행된 이유는 환경의 차이 때문이지 종족 간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아프리카인이 아니라 왜 유럽인이 이들을 정복하고 식민지화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제목처럼 총, 균, 쇠 가 바로 근접원인이었다.
"총포와 철제 무기와 말에 기반한 군사적 기술, 유라시아의 풍토병, 유럽의 해양 과학기술, 유럽 국가들의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 문자 등을 들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이런 근접 요인들을 압축한 것이다."
그렇다면 총, 균, 쇠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먼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궁극원인이 '식량생산'에 있다고 말한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식량 생산이 먼저 이루어진 이유는, 이 지역의 초기 농경민이 더 뛰어났다거나 작물이 더 우수했다는 것이 아니라 지형적 영향이 크다. 또한 가로방향 축은 기후가 비슷하여 작물이 전파되기 쉽지만, 세로방향으로는 기후가 달라 같은 작물이라도 잘 자라지 못한다. 단, 기후가 비슷하더라도 지형적으로 제약이 있는 곳은 빠른 전파가 어렵다. 이는 식량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전파도 마찬가지다.
즉, 타고난 유전적, 문화적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처한 환경에 따라 각자 효율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일 뿐, 생물학적인 다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리적 우연으로 인해 식량생산이 많아 졌고, 정주형 생활방식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인구밀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경제가 전문화되고 사회가 복잡해졌으며 강력한 정치조직이 생겨났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다른 대륙을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 무기와 기술, 정치조직의 이점이 있었지만 수적으로 훨씬 많았던 원주민을 밀어낼 수 있었던 원인은 병원균으로 병원균은 원주민의 99%를 몰살시키기도 했다.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정복하고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든 것은 문자의 발달과 정보의 유무 때문이었다. 상대의 선한 의도를 믿고 받아들인 원주민들을 무참히 살해 하고 정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잔인성, 참혹함을 보았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질러진 것일까, 역사적으로 필연적인 것이었을까.
중요한 것은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옥한 환경에서도 식량 생산이 늦어진 경우도 있다. 혁신에 개방적인 사회도 있지만 저항적인 사회도 있기 마련이다. 저자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만 사회적 제도와 문화적인 특성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하다.
중국과 유럽의 궤적을 살펴보면, 위치로봐서나 규모로 봐서나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컸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그렇지 않았다. 중국의 지리적 연결성은 약점으로 작용했다. 유럽은 언제나 분열된 상태로 서로 경쟁하며 혁신을 일으켰지만, 통일 국가일 때가 많았던 중국은 군주의 결정에 따라 혁신이 중단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면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영향, 다양성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제에서 서울대 인류학과 박한선 교수는, "환경적 조건의 중요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지나치게 강조된 것은 아닐까. 과거에는 생물지리학적 요인이 중요했지만, 수백 년간의 문화 변동은 사회, 역사적 특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환경이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방대한 양의 지식을 동원하여 책을 썼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것도 단 한 명의 저자가 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학문을 접했고, 그것이 이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정도면 충분히 설명 되지 않았나? 싶은데도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더 깊이 들어간다. 우리 사회는 복잡다단하고 어떤 현상을 단순히 몇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그랬듯이 "진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할 뿐."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빅 히스토리"를 담은 책으로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