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 자살하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청소년기는 어떠했는가 생각해봤다.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때도 가장 친한 친구 중에 소위 노는애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퇴학을 당했고,

또 한 명도 퇴학을 당했던가?

어쨋든 그 친구는 결국 어린 나이에 저세상으로 갔다.

이 책의 제목처럼 자살은 아니었지만, 폐암이었다던가....

팔에 담배빵이 줄줄이 있었던 친구,

벽을 주먹으로 쳐서 손등에 늘 검은 딱지가 있었던 친구..

학교는 왜 그 친구들을 학교에서 내쫓았는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제어할 수 없다고, 혹은 제어하기 싫다고 퇴학을 시킨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된다.

그 아이들을 학교가 아니면,

친구들의 곁이 아니라면 어디서 받아줄 수 있을까 말이다.

곁으로 샜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그닥 심한 사춘기를 겪지 않았다.

이기적이었는지, 현실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집을 나가야겠다는 생각, 혹은 극단적으로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집 나가봐야 고생이고,

죽어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학생이 되면서 좀 센티멘탈해졌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건 사춘기였다기보다는 그냥 그래보이고 싶었던 유치한 발상이었달까..

 

아무튼

처녀들 자살하다는 문제아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주 심하게 사춘기를 시작한 듯한(왜 죽었는지, 왜 자살기도를 했는지 답이 없다, 안 나와있다...ㅠ.ㅠ)

막내가 손목을 그어 첫번째 자살기도를 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두번째 자살시도끝에 죽어버렸다.

그 후 다른 자매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삶은 황폐했고, 죽음은 역시나 자살이었다.

막내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여 죽어버렸을 때

다른 자매들이 느꼈을 스트레스와 상처는 아마 누구도 모를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 것, 바로 그것일 것이다.

 

친구들도, 이웃집 사람들도 아마 그런 어려움을 겪은 자매들에게

자유롭게 다가가거나 쉽게 이야기를 건네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자매들은 스스로 고립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 고립이 또 다른 골을 만들었으리라~

 

이 소설은,

전지적작가시점이 아니라

다른 자매들의 주변소년들이 그들이 모두 죽어버리고 몇 십년이 흐른 뒤

자신들의 첫 사랑이자 숨어지켜보던,

그래서 언제나 자신들의 기억에는 소녀로만 남아있던 그녀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사진과 여러 사람들의 기억들을 조합하여 그저 자신들이 알고 있는만큼만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형식이다.

 

그래서....

답답하다.

막내 서실리아는 무슨 생각으로 죽어갔는지,

그래서 다른 자매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토록 힘이 들었고,

결국은 서실리아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도록 했는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다만, 한가지..

소통의 부재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부모는 모든 자식들이 자살이라는 방법을 택하여 죽어나갔는데도

끝까지 그들의 죽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죽었는지 그들조차도 궁금해하고 있더란 말이다.

우리집에는 행복이 가득했는데, 왜 우리 딸들이 자살을 했을까~ 의아해하고 있더란 말이다.

이 얼마나 한심하다 못해 무서운 일인가....

최소한 어떤 실마리라도,

아~ 그 때 그 애가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었구나,

내가 왜 미처 알아주지 못했을까~ 하는 깨달음이라도 있었어야 하는게 아닐까 말이다.

 

여덟살 난 아들이 있다.

지금은 너무나 착하고 곰살맞고 엄마에게 뽀뽀도 잘 해주는 예쁜 아이이다.

사람들이 그런다.

아이들은 특히 남자아이들은 어느 순간 변해버린다고~

말문을 닫고 방문도 닫아버린다고.....

어떻게 하면 내 아들과 나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끊임없이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그것만이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고 주입하는 것이 더 일찍 내 아이의 문을 닫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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