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5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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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에는 현실 세계에 있다가 급작스럽게 세상의 멸망과 함께 게임의 세계로 들어왔지만 게임의 스토리 라인을 미리 읽어 알고 있는 제목 그대로의 전지적 독자 시점을 가진 김독자라는 주인공과 김독자가 읽은 그 게임소설 속의 진짜 주인공인 회귀자 유중혁이 있다. 김독자는 이미 그 소설의 내용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게임공략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유중혁은 소설 속의 게임을 몇번이나 되풀이하며 회귀하였기 때문에 김독자와 비슷한 치트키를 가졌다 할 수 있다. 다만 유중혁은 게임의 끝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게임의 끝이 어떤 결말인지 알 수 없고, 그래서 자주 회의감에 빠지며, 혹시 게임의 흐름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주저없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 어차피 지금 죽는다해도 다시 첫판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니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관심도, 애정도 없다. 다만 자신앞에 닥친 스테이지를 깨고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가서 이 게임의 끝을 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적이다. 그런 유중혁과 달리 김독자는 현실세계에서 넘어왔고, 자신과 함께 원래 소설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았거나 소설 초반에 목숨을 잃었거나 혹은 비중이 없던 인물들이 자신과 함께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의 끝까지 함께 달려가서 게임의 세계를 깨고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유중혁의 회귀, 즉 죽음이 게임을 리셋하게 된다면 현실이라고 믿는 자신의 존재가 게임 속에서 다시 나타나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유중혁을 회귀하게 놔둘 수는 없기 때문에 김독자는 유중혁을 끝까지 챙긴다. 그리고 유중혁으로부터 버림받았던 캐릭터들에게도 여태까지와는 다른 이야기들을 덧입히기 시작한다. 그렇게 게임 속 이야기는 유중혁이 알아왔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전개된다.

신유승이 입을 열었다.

"수천 년이 걸렸어."

신유승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세월을 헤아릴 수 없는 피로감이 느껴졌다.

41회차의 유중혁이 행한 일은 살인보다 끔찍했다. 수천 년. 하나의 인격이 모조리 붕괴하고 자아마저 마모될 시간. 신유승은 그 시간을 버텨 마침내 '재앙'이 되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5권 중 100쪽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 앞에 있는 시나리오를 깨기 위해서 누군가를 시간 저 너머로 보낸 유중혁과 그를 위해 천년의 시간을 견뎌낸 신유승. 하지만 지난한 시간은 한 사람을 '재앙'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두 번도 아니고 백번이 넘는 회귀동안을 애써도 변하지 않는 멸망의 굴레를 매번 다시 겪어야 하는 유중혁에게 어쩌면 '인간성'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게임 시나리오 속의 캐릭터라면 당연히 프로그래밍 된 인물일테니까. 그런 유중혁이 김독자를 만나면서 바뀌어 가듯, '재앙'도 다른 생각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유중혁의 변화를 시작으로, 그녀의 아집은 어린 신유승과 맞닿은 순간 부스러졌다. 유중혁에 대한 증오. 천 년에 달하는 세월에 쌓아온 분노. 그 견고한 감정이, 흘러 들어온 기억의 파랑에 무너지는 것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어쩌면 이 세계가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5권 중 143쪽

그저 소설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재미로 읽는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게임 속 캐릭터조차도 진심을 가지고 대하면 변화하고 그 변화에 스토리가 바뀌고 이 세계가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도 너무 분노하고 화가 나게 하는 기사들, 뉴스들을 볼때면 아, 정말 인간이란 족속은 희망이란 것이 없는 것인가 좌절하게도 되지만 그럴 때는 일부러라도 감동을 주는 비디오클립이나 뉴스기사들을 찾아보곤 한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희망과 감동을 주는 그런 일들이 찾아보면 충분히 많이 있다. 소설 속의 김독자와 유중혁이 그러하듯, 현실 속의 나도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에서 살아 가고 있고, 아직은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결말이라고 충분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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