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11 - 제왕 한신 초한지 11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2권]부터 [10권]까지에 대한 리뷰와 마찬가지로, 아래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은 초한지 [1권]에 썼던 리뷰(http://blog.aladin.co.kr/overmask/7878718)를 그대로 옮겨 왔고, 이후 [11권]에 대한 리뷰를 새로 써 붙였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11권]

 

드디어 한신은 제를 정벌한다. 그 과정에서 낭사의 계로 용저를 무찌른다. 후반부의 가장 중요한 전투로 꼽을 만하다. 이를 통해 한신은 제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유방과 한신이 항우를 포위하게 된다.

 

이후 전개되는 에피소드는 다소 어수선하다. 한신은 가왕책봉을 요청하고, 유방은 제왕으로 책봉한다. 초는 한신을 회유하나 한신은 거절하고 출전한다. 항우의 인질(유방의 부친) 살해 협박에 유방은 홍구를 경계로 화친을 청한다. 이후 유방이 파약하나 이미 한신은 영지로 돌아간 뒤였고 유방은 패퇴한다. 그리고 ([12권]에서) 다시 한신을 삼제왕으로 책봉하고, 한신은 최후 결전으로 나아간다.

 

그럴듯한 배열이기는 하나 인과관계가 다소 명확하지 않다.

유방은 결정적 순간에 한신을 다시 불러오지도 않고 파약하고 이내 항우에게 맞붙어 깨진다. 생사를 건 싸움에서 유방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경솔함이다.

간혹 중국 장기에서는 홍구를 양 편의 경계로 삼는 것으로 보아 홍구는 초한전 내내 양 편의 경계처럼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둘 사이의 화약이 꼭 이 시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혹은 수시로 화약과 파약이 반복되었을 수도 있다.

제왕이니 삼제왕이니 하는 책봉 소동도 꼭 그때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던 사건이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다음과 같은 상황은 명확해 보인다.

 

(1) 한신의 제 정복으로 힘의 추가 확연히 기울었다. 그러나 최후 결전 직전까지도 크고작은 전투에서 유방이 늘 승리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항우의 전투력은 막강했다. 힘의 추가 기울었다고 해서 늘 유방이 승리했다면 최후의 결전도 없었을 것이다.

 

(2) 그러나 한신의 변심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방이나 항우 모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항우의 회유 역시 한 차례가 아니라 수시로 반복되었을 수도 있다. 사실 한신은 초하와 장량의 천거를 받은 것이고 유방에게 크게 신세진 바가 없다. 제나라 정복 역시 유방에게 주력군을 빼앗겨 가면서 자력으로 이룩한 성취였다. 장량이나 한신은 유방의 입장에서는 외국인에 가깝고, 실제로 둘다 유방의 집권 이후 친위대에 들지 못한다.

 

(3) 그럼에도 유방은 오직 승리하겠다는 명확한 목표의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항우가 승부의 멋을 따질 때 유방은 상대와의 약속 따위는 헌신처럼 버린다. 파약이 작가가 그린 그때 그 시점에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방이 항우와의 화약 따위는 언제든 깨버리는 사람이라는 점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었던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