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1 - 진의 시황제 초한지 1
요코야마 미츠테루 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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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코야마 미츠테루, 초한지 총평]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역사만화를 보다 보면 고우영 선생과 비교하게 된다. 고선생의 만화가 대담하면서도 골계미를 뿜고 있다면, 요코야마 씨의 만화는 담담하고 겸손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평은 무의미하다.

 

초한지는 중국 민족신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한나라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중국민족은 스스로를 "한족"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을 다루고 있으나, 막상 후대에 쓰여진 [초한지]라는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다.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초한지는 후대의 작가 또는 역자가 자유로이 개입하기도 좋고, 개작의 유혹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문열은 초한지를 다루다가 사실상 이 시기를 다룬 새로운 소설을 쓰기도 했다(관심 있게 본다면 이문열의 이름으로 발간된 [초한지]에서 이문열은 "역자"도 "평역자"도 아닌 "저자"임을 알 수 있다. 새로 쓴다면 이 정도는 써야 한다).

 

요코야마는 그냥 자기 스타일대로 담담하고 겸손하게 그려 나간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성실히 그려 보여주며, 조금 억지스럽거나 말이 안 되더라도 그랬다더라고 그냥 진도를 나간다. 그만의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1권]

 

[1권]은 시황제의 중국 통일과 죽음, 그리고 유방과 항우의 일어섬을 다룬다. 그 가운데 분서갱유와 조고의 찬탈, 부소와 몽염의 죽음, 진승/오광의 난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유방/번쾌의 결혼, 장량의 시황제 암살 미수 사건과 같은 설화적 사건들이 병렬적으로 이어진다.

 

요코야마는 유방이 구렁이를 베는 일화를, 그의 용맹함/무모함을 드러내고 무리가 그를 두려워하고 따르게 되는 다소 우발적인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다른 설화에서는 유방이 구렁이를 베자 어느 노파가 울며 적제의 아들이 백제의 아들을 죽였다고 하였다는데, 요코야마의 초한지에서는 허황되다고 생각해서인지 누락되어 있다. 사실 이 (누락된) 에피소드는 중요한데, 진나라의 상징이 흰 색이고, 유방은 붉은 색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즉 이 구렁이를 벤 일화는 후일, 혹은 유방 당대에 유방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지거나 윤색된 것일 가능성이 높고, 노파가 울었다는 에피소드 역시 정교하게 장치된 것일 터이다.

 

[1권]에서 사실상 초한지를 이끌어 갈 주요인물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장량은 항씨 가문과 친교가 있고, 유방과 번쾌는 동서 지간이며, 소하는 유방이 살던 동네 사람이다. 후일 등장할 한신 역시 초에서 하급 관리로 있다가 한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초한지의 무대, 한나라의 건국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좁은 지역적 배경(고만고만한 동네) 하에서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와 중세의 "중국사"는 사실 제한된 지역 안에서 발생한 사건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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