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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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를 피상적으로 알고 나면, 마치 그에 대한 꽤 정확도 높은 정보를 얻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 간의 ('누군가'에 대한) 의견이 상충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 순간을 외면하려고 한다. 내게 찾아오는 관계에 대한 갈등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듯이 말이다.


저자의 첫 소설집인 <괜찮은 사람>은 이러한 갈등을 철저히 외면한 자들의 '오해'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을 담았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관념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서서히 변한 것들이라고 해야 할까. 인물들이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됐다'라고 느낀 것은, 끝까지 잘못된 방향으로 그들을 인도한다. 끝맺음은 뒤로하고, 이야기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이야기의 여정에 참여하는 독자 역시 '역시 여긴 잘못된 길이 맞았다'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일전에 <화이트 호스>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과 비슷한 감정들이 자주 스쳐 지나갔다. 픽션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대의 여성들이 데자뷔처럼 겪어온 현상을 한데 모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저자가 써놓은 이야기들이 당장 오늘에라도 이루어질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갈등을 촉발하는 가해자들에 벌을 가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팩트'만으로도 이 사회에 만연한 논란과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피력한다. 이 정도라면 강화길 작가의 작법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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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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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해 통찰해본다는 건 여전히 비약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평생을 바쳐 임해야 할 '일'에 대해 피력하는 부분들이 참 좋았다. 일이라는 게 단순히 생각했을 땐 끔찍하리만치 싫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단어 뒤에 숨겨진 더 거대한 의미를 찾아내려는 자세를 갖게 되면 삶의 태도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떠오르는 '취업 유튜버'들의 마디 마디보다도 더 각인이 잘 된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하루하루를 저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살아낸다면, 몇 십 년 뒤의 세상을 예측하라 해도 조금은 덜 두려울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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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31
조예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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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을 지나 봄을 가까이해야 할 때 이 책을 읽게 됐다. 녹지 않는 눈에 묻히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든 내게 낯설지 않았다. 과장을 보태자면, 실화를 살짝 각색한 이야기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원인 제공자가 문제를 피하려 할 뿐이다. 소설은 이 문제를 조명할 때 지극히 과장되게도, 그렇다고 피상적으로도 묘사하지 않고 무던하게 물에 물감을 섞듯 그려낸다.


이야기의 중심인 모루와 이월은 마치 우정을 가장한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의 짧고도 긴 여정을 느끼며, 마치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처럼- 끝이 보이지만 웃을 수 있다. 허무맹랑하게 삶의 단애에서 무너져버리기보다, 그 끝에 남아있는 작은 돌을 줍고 일어나 조금씩 전진한다. 무한히 이어져 있는 설원이 언제 녹아내릴지 모른다. 적어도 동화 같은 해피 엔딩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두 사람은 끝날 듯 끝나지 않을 재난 속에서 공생하는 인류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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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기 - 여성 서사 단편만화집
팀 총명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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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비범하지도, 그렇다고 어느 지점에서 무한한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느 때만큼이나 '그토록 읽고 싶던', '그토록 수없이 찾아온' 12가지의 이야기였다. 마침내 나를 구원해줄 백마 탄 왕자는 팀 총명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제일 튀려고 애쓰는 인물도 없다. 웹툰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단순한 작품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치부하면 오산이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더러 존재론적인 위기를 맞을 준비를 하라고. 너희에게 주어진 기회 따위 없으니 그저 굴복하라고. 강남역 살인 사건 이래 세계의 여성을 비롯한 우리나라 여성들이 어떻게 변했는가? 적어도 그들만의 오롯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억울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여성들은 단 한 번도 남성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해달라고 애원한 적이 없다. 평범한 하루 속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함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음을, 이제는 알고 있으며, 실천할 용기가 있다. 부디 '여명기'에서 내딛는 걸음으로부터 여성 서사의 다양한 면모가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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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2 - 조정래 대하소설,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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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더 늘어난 탓에 플롯 전개가 자주 헷갈렸다. 하지만 한 번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면 술술 읽힌다. 끝부분에 토벌단과 손승호, 김범우,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의 갈등이 인상적이었다. '이념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전개가 이어질수록 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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