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김은화 지음, 박영선 구술 / 딸세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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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자인 박영선(가명) 씨의 딸이 저자다. 두 사람이 나누던 대화에서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날 먹여 살린 정도가 아니라, 살렸다"라고. 영선 씨의 생애를 대화 따라 상상해보면 어떻게 기구한 삶을 살아내고 견뎌내셨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사실 경외감도 있었다. 그렇다. (부)모가 자식을 먹여 살렸다는 말은 단순히 은유적인 표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혈육으로 뭉친 자식이 있다면 그를 위해 얼마든지 목숨도 내놓을 각오를 하고 하루하루 살아간 것이다.

당장은 결혼 생각이(계획조차도) 없고, 주변에 기혼자가 한 두 명씩 생겨나고 있는 시점에서 영선 씨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은) 같은 처지가 되어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 은화 씨의 입장과 동일하게 어머니를 두고 있고, 아직까지 함께 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영선 씨와 은화 씨도 갈등과 크고 작은 싸움의 연속 안에서 지냈겠지만, 내가 속한 가정도 피차일반이다. 하루에 한 번도 안 싸우고 지나가면 오히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친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싸움을 달고 지내는 건 너무도 당연지사인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엄만 나와 내 동생을 먹여 살렸다. 아니 살렸다. 상반기 내내 스스로 수렁을 만들어 갇혀있을 때도, 그 어둑한 곳에서 빠져나와 양지로 나가라고 불러준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는 엄마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느끼며 슬퍼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엄마와 나누는 대화에서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에 중심을 두고 싶다. 일단 하루빨리 일적인 보금자리를 찾는 게 급선무지만, 언젠가 꼭 화실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엄마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

P.S.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다시금 벼랑 끝에서도 자신의 살 길을 개척하는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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