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원문보기 :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120502801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기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환상은 방부제와 같아서 사랑을 쉬이 사라지게 놓아두지 않는다. 잊으려야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기준이 되는 그런 사람 하나쯤은 나도 있으면 좋았으련만.
P. 50
첫사랑이라_ 처음 그리고 사랑이란 단어에 대한 사변적 조작정의가 엄청나게 필요한 단어다. 과연_ 내 첫사랑은 언제_누구와_(가끔은 어떻게...까지도) 맺은 인연이지...? 왠지, '첫사랑'하면 짝사랑 풋사랑 등 흐뭇한 미소 절로 띄우는 단어들 그리고 애틋함과 설렘 여기에 보다 아린 생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른다. 누군가와 보다 깊은 관계 맺기_ 그 사람을 사랑하면 행복하면서도 가슴 한 켠 알싸해져오는 헛헛함_ 그래, 첫사랑이란_ 책 속 글귀따나 "태양같은" 그리고 또 "달같은" "별같은" 그런_ 다채로운 기억이리라.
뮤지컬을 언제 봤더라_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할 무렵,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무렵 지인이 표를 줘서 같이 갔던 기억이 난다. 처음 제목만 듣고선 '미스터리 추리물'이라 지레 생각해버리고 별 생각없이 쭐레쭐레 따라나섰던 걸음. 생각지도 못했던 로맨스물이란 사실에 순간 당황하기도 했지만_ 보다보니 진진한 재미가 꽤 쏠쏠~ +.+ 오호, 이거 재밌는데?! 하며 참 흥겨웁게 감상했던 창작 뮤지컬이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지만 소재면에서의 식상함은 보편타당적 면죄부(!)를 부여받을 여지가 있는 장르였나니, 어쩜 영화로 만들어지는건 시간문제였을 뿐이었겠지. 하야,
근래 배우 공유 / 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나름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듯... 싶더라만. 내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나지 '않'았기에 / '못'했다는건 언젠가 볼 마음이 있다는 의향을 반영할테지만 '않'았다는건 애당초 볼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 스크린으로 옮겨진 이 이야기가 과연 어떤 색감으로 수놓아졌을런지 감잡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뮤지컬무대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졌으니 그런 점을 표현하기엔 영화란 장르가 보다 적격이었을터. 게다가 배우들의 조합/궁합도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꽤 적절하다 생각될 정도이니 그 '맛'에 한 번 볼까- 싶으면서도 왠지 망설이던 차에 전아리 작가가 글로 옮긴 이 이야기를 만났다. <김종욱 찾기>란 소설 버전으로.
"왜 여행하면서 카메라를 안 들고 다녀? 나중에 여행 사진 보면 좋잖아."
"기억하는 만큼만 떠올리고 싶어서. 잊히는 건 또 그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P.71
글로 만난 <김종욱 찾기>는 여느 로맨스 소설만치롱 조오금은 상투적이고 예상범위 안에서 결론이 나는 구조이지만, 또 그렇게_ 진행되고 매듭지어지는게 매력 아닐런지. 음악이 곁들여진 뮤지컬로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찌보면 뮤지컬에서 설명이 미진한 대목들을 보다 자세히_ 직접 글/단어/문장/단락을 읽음으로 맥락을 짚어가며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일테지. 아무래도_ 감정 묘사에 있어서, 직접적인 언급을 통해 구구절절한 애틋함을 더할 수도 있고, 혹은 (상대적으로) 간접적인 묘사를 통해 아릿한 미묘함을 더할 수도 있고_ 아무래도, 눈 앞에 펼쳐지며 관객/보는 이/의 참여가 막힌 뮤지컬보담도 "글 "활자"는 읽어내려가면서_소화시켜내려가면서_ 독자/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_ 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그래선지 몰라도_ 그 덕분에 살짝, 유치하고 지루하고 상투적이라 생각하면서도 귀엽고 밝은 이미지로 / 아아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어두운 이야기는 잠시 보류해두고 싶다.. / 바쁜 일상에서 잊고 있던 '첫' 그리고 '사랑'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나름, 알딸딸(;;) 아니 진진했던 시간. 비록 인물들의 감정선 흐름이 조오금, '너무' 過하게 감성적이고 몰개성적이며 寡하게 인과적이고 신선하진 않지만_ 성재와 효정 각각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주면서 시나브로 귀기울이게 만드는, 귀여움이 묻어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건_ 내가 이 책을 공짜로 받았기 때문일....까? ^^;;; 아무래도_ 첫사랑이란 단어가 지닌 마술같은 애틋함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 채 새로운 사랑의 손을 잡아주는 그들의 모습이_ 참 이쁘기도 하고 한켠으로는 부럽기도 하고_ 뭐 '애'와 '증'을 동시에 머금고 흐믓하게 그리고 핏핏 거리며 바라보게 되나니_
^_^ 원체 로맨스 소설과 거리가 먼 '탓'도 있지만... 왠지 이 작품은 뮤지컬을 봤기 때문에_ 그나마 알콩달콩 재미를 느끼며 본게 아닐까, 싶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난_ 누군가 곁에 있는걸 생각보다 바라지 않는다는걸 깨닫고선 더더욱 이짝 장르에 관심이 가지 않은 '이유'도 한몫했을까. 그래서인지 난, 나긋나긋 감성 자극하는 문장들 보담도_ 뭔가 젠체하는 느낌이 앙금마냥 남아있어도 아래같은 문단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
내 나이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주변만 돌아보아도 누구는 번듯한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다른 누구는 벌써 사업을 ㅊ ㅏ려서 꽤 성황이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큰 액수의 적금을 모아두었거나 벌써 집을 구하고 차를 샀다는 친구들도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돈이 생기는 족족 여행을 다녔다. 누구보다도 의미 있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긴 하지만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평생 프리터족으로 살아볼까. 나는 돈에 큰 욕심이 없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 단지 안정감을 위해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진 않다. 나는 스스로 늘 어딘가로 떠나게끔 만드는 적당한 불안감이 좋다.
P. 167
^_^ 본문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지...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불효가 될 줄이야. (P. 156)" 삼심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이 허리잘린 땅에서 한 사람의 개인보담도 사회적 약자인 '여자' 혹은 '딸'로 살아가기가 만만찮건만_ 그저, 한 인간으로 살아가고픈 작은(!) 바람조차 제대로 지켜내기 힘든 상황_ 아는 언니가 언젠가 그랬다. 토요일 오후 세시 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따사로움에 견딜 수 없을만큼 외로워져 결혼하게 되었다고. 그래.. 세상엔 그렇게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혼자 있어도 딱히 외롭다고 생각치 않는 사람도 있고_ 그치만_
결혼이란 제도에는 반대하지만 나도, 가끔은..아주 가아끔은_
꿈같은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달콤한 현재의/미래의 사랑을 기대해본다.
^_^ 사람은, 사랑만 하고 살아가진 않지만 사랑않고 살아갈 순 없으니까. ![](http://blogimgs.naver.com/smarteditor/20100624/emoticon/1_05.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