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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보기 :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120012990
"도덕적 해이"로 해석되는 "Moral Hazzard"가 친숙한 단어가 된 사실을 서글퍼해야됨에도 그저 시사용어 중 하나로 덤덤히 받아들인 지도 꽤 시간이 흐른듯 싶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일상 생활에서의 도덕적인 삶이 제대로 뿌리박히지 못한 채 어영부영 쉽게쉽게 '돈맛' '힘맛'에 휘둘리다가 결국_ 공공차원에서의 철학 부재로 이어지는게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하는 현실 자체도 참, 헛헛할 따름. 그래서 마이클 샌델 교수는 "왜 (하필이면) 지금"우리에게 (개인적 차원보담도 아니 그를 기반으로 한 공공 영역에서의) 도덕적 가치를 그토록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지, 새삼스레 사는대로 생각을 멈추고 지내온 시간이 민망해진다. 도덕적 가치란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도리/道'와 '큰 마음/德' 이어야 할 터_ 이렇게 따로이.. 딱- 꼬집어 뜨거운 감자化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은 작금, 우리가 지켜내야 할 '도덕/Morality'란 과연_ 무엇인가. 그리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도덕'이란 단어와 영어의 'Morality'가 완전히 같은 의미로 등가치환(!) 될 수 있는지 새삼스레 갸우뚱.... 살짝쿵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여기선 일단 통과;;; +.+ 뭐 일단 내가 그럴 깜냥이 있지 않는고로;;;)
사실 이 책 이전에 <정의란 무엇인가>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글과 처음 만났더랬다. 비록 그 책을 끝까지 읽진 못했지만_ 대출해서 가져온 책이었건만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서평을 써야했었거니와 읽다보니 내용의 만만찮은 버거움과 더딘 속도감에 애태우다가 결국_ 나중을 기약하고 반납했었더랬지. 그랬다가 덜컥- 이번에 그의 또 다른 '문제작'인 <왜 도덕인가>와 만나게 되었으니, 이 인연도 남다르면 남다르달까. 그런데_
또 사실, 이 책도 정말.... 서평때문이 아니었더라면 아니, 서평 기한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급박스레 부담스레 읽지 않아도 좋았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_란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다. 대학원 다닐 때만해도 사회과학쪽 전공서적 읽어내는 속도가 꽤 붙었건만 지금은_ 학술서 내음 짙은 글들과는 꽤 오랫동안 척을 둔 탓에 호흡이 긴 글을 읽기가 상당히 힘겹다. 더더군다나 '철학'적 base를 깔고 있는 이야기라니. 아무리 잡지 원고용 에세이로 작성되었다지만, 때문에 미국에 국한되긴 해도 현안을 담아낸 예시가 곁들여져있다지만_ 총 3부로 이뤄진 책의 중반 2부로 넘어오고선 정말 먹먹...해졌다. 이런, 내 이해력이 이토록 달렸던가;;;
1부에서는, 역시나 비록 미국의 예시긴 하더라도, 정치인의 거짓말이라던가, 낙태와 동성애의 허용과 관련하야 설왕설래 오고가는 논쟁이라던가, 정부 주도의 복권 사업과 관련하야 이는 둘러싼 허용된 도박/비도덕적 타락의 논의, 광고와 상업주의, 소수자 우대를 둘러싼 공정한 분배에 대한 논의, 개인적 권리와 사회적 도덕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존엄사 문제,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줄기세포 연구, 자원으로 치환되어버린 온실가스 배출권 문제, 시장의 도덕적 한계, 학교와 교육에 깊숙히 침투해버린 상업주의 등등_ 우리네 삶에서도 쉬이 부딪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가볍게라도 생각해봤음직한 그런 화두들_ 이 모든 사항들이 우리네 삶과 맞닿아있고 우리의 도덕적 가치와 궤를 같이 하건만 목적과 수단의 이해득실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현령비현령 식으로 해석되는 많은 가치들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슬프게 다가온다. 이렇게 바다건너의 이런저런 일들이 작금 내가 붙박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과 꽤 많이 맞닿아있어서인지 보다 쉬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보다 깊은 이론적 논지를 뻗어나간 2부는_ 칸트의 철학 전통과 함께 존 듀이의 사상을 중심으로 한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의 입장차 그리고 다양한 자유주의 정치이론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내 기존 상식과 이해력이 많이 허덕일 수 밖에 없었는데, '철학'이라하면 고등학교 윤리시간때 배운 서양철학의 흐름, 대학교 때 곁다리로 읽은 철학서가 전부인 나로선 존 듀이의 사상뿐만 아니라 칸트 철학부터 아리까리...했던지라 참, 시작점부터 힘들 수 밖에. 그 중에서도 특.히. 날 힘들게 했던건...
도덕적 논의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설명하는 와중에_ 다원적 자유주의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샌델 교수가 말하는 '옳음'과 '좋음'의 조작 정의를 난 좀 달리 생각해버린 '탓'이 큰듯 싶다. 에 그러니까_ "옳음/권리/이 좋음/선/에 우선한다는 주장으로 요약"(p. 219)된다는 대목에서 한계(!)에 이르렀나니...여기서부터 나의 어리둥절함 곧 나의 미진한 이해력이 할퀴어지기 시작한다;;;'옳음' 그리고 '좋음'의 우리말 번역 '탓'을 해야할까, 아니면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선입견/생각 '탓'을 해야하나... '옳음'이라길래 난 이짝이 곧 義나 善 곧 도덕/정의라 생각했고, '좋음'이라길래 난 이짝이 개인적 차원에서의 이익적 선호를 반영한 '권리'라 생각해버렸던게다. 그러다보니 앞서서부터 줄기차게 등장한 '옳음'과 '좋음'에 대한 샌델 교수의 설명에 갸우뚱~ 하면서 뭔말인지 아리까리....할 수 밖에. 물론 이 단어에 대한 조작정의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해도 과연 샌델 교수의 설명을 쉬엄쉬엄 이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진 않지만;;; 그래서 서문에_ 샌델 교수가 '철저히 일반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 되었다는 말을 지금 다시 읽으니 왠지 나도 모르게 입 삐죽;;;; 네, 모자란 제 이해력을 탓해야겠지요... 그런데 왠.지. 이 대목에 이르노니_ 서양철학 흐름/기조에 대한 이해부족도 문제지만, 우리말번역에 대한 불신이 몽글몽글 솟으면서 앗싸리-차라리- 읽는 속도 느리고 머리 싸매며 읽을 거라면 원서로 접하는게 본문 내용의 이해를 위해 낫지 않을까_ 생각되더이다. 이와 관련하야 또또 갸우뚱~ 했던건_ '도덕'의 사회/공공적 차원과 관련시키면 '옳음이 좋음에 우선한다'는 샌델 교수의 주장(혹은 요약정리)는 또 상대적으로 쉬이 납득해버렸나니_ 아아 역시, 내 이해력 차원의 문제일까... 그런데 이 이해와 관련해서는, 옳음과 좋음에 대한 내 개인적 조작정의를 따른 결과인지라_ 이 또한 샌델 교수가 말한 바와 얼마나 닿아있는지 또 한 번 갸우뚱... 할 수 밖에;;; 그럼에도_
이론적 토대의 버거움을 돌고 돌아 다시 맞닿뜨린 3부에서_ 샌델 교수는 미 현대 정치사의 주요 논쟁을 짚어주면서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간의 입장변화 특히 도덕적 가치가 맞닥뜨린 곤경에 대해, 그리고 과연 시민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이 대목에 들어서면_ 역시나 미국에 한정되긴 하지만 다양한 '주의'들의 흐름과 함께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도덕적 가치가 무너져내리게 되었는지를 무척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도덕'이란, 아무리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도리라 할지라도 다각화된 인간 사회에서 개개인의 도덕적/(종교적) 신념을 쉬이 내버릴 수 없는 법. 이에 샌델 교수는 실질적인 도덕적 논의가 진보적 공공 목적과 배척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곧_ 우리네 공공생활과 개인 차원의 도덕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 다시 한 변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결국_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개인적 차원의 도덕적 성숙도뿐만 아니라 그를 기본으로 한 사회 공동체적 성숙도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여전히 도덕적 가치가 중요한 담론으로 바로 곁에 서 있다. '정의'와 어깨를 나란히하고_ 어쩜, 어떤 의미에서는 '정의'의 존재적 기반을 튼실히 해주는 토대가 곧 '도덕'일테다.
어찌저찌 여기까지 포스팅을 해오긴 했는데_ 여전히 나에겐 어려운 화두다, '도덕'이란건. 그래서 포스팅도 상당히 난감하고 어렵게 진행되더라. 어찌 써야 타인은 둘째치고 나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_ 하던 차에, 오늘도 여지없이 한숨일 절로 나오는 뉴스들이 TV화면을 도배한다. 오래 전부터 비리의 온상으로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던 검찰 이야기나,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따르기 위해 갓난 딸아이의 수술/치료 시기를 놓쳐 죽게 만든 부모의 이야기나_ 상식으로서의 정의와 도덕이 죽어버린 사회, 하야 아무리 발버둥쳐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시대라고 많이들 한탄한다. 나 역시_ 이런 소식을 접하고 그저 무력함에 쩔어 한숨을 내뱉을 따름이거나, 일상 생활에서 내가 혹은 바로 옆 사람이 아무 거리낌없이 非도덕적 행위를 함에도 그에 무뎌진 채 그저 내 '일상'을 살아내거나_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편히 사는대로 생각해버린다. 그래서_ 더더욱, 지금 바로 우리에게_ 도덕적 가치가 절실한 것일게다.
더.더.더. 무뎌져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여전히 아리까리하고 멍~하니 의미가 아닌 단어의 나열만을 좇아 읽어내린 대목들이 많은듯 싶어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의 또다른 역작이자 국내 올해의 도서 중 하나인 <정의란 무엇인가>까지는 힘들지도 모르겠지만_ "도덕"이란, 아주아주 기본적이기에 무시하기도 하지만 정작 제대로 알지 못하는 흥미로운 주제를 화두로 내세운 이 책만큼은 곧_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