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만만한 인생은 없다 - 당신이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50가지 이유
찰스 J. 사이키스 지음, 문수경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spikebebob/120118201276 



일명 "버블랩세대"의 어눌함과 비겁함을 꼬집어주려는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문득 오래 전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대학원 시절 조교일을 할 때_ 학기 말 부산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던 한 사건은 바로, 어찌저찌하다가 이수까지 딱- 한 학점을 남겨놓고선 계산 착오로 낭패를 보게 된 한 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은 이수완료라 생각하야 이미 한국을 뜬 상태고, 학교측에서는 어찌됐건 이수학점이 모자라니 그 학생만 봐줄 수도 없고_ 사실 우리과 학생도 아니었기에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고 모른 채 지나갈 수 있었건만, 그 학생의 부모가 학교를 찾아오면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하아... 학점 계산을 잘못한 것은 전적으로 해당 학생의 몫이거늘, 부모까지 출동하야 학과실을 들쑤셔놓는 바람에 기말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원들이 꽤나 애를 먹었더랬다. 졸지에 나 역시 업무처리가 늦어져서 기억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그 때 그 사건. 그땐 그저_ 참 특이한 경우구나~ 라고 생각했건만, 그 이후로 종종 / 혹은 자주..? / 학점 부족 등의 이유로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학교 그것도 대학교/대학원서 만나게되니 이건 또 뭔 세태인가, 혀를 끌끌 찼던게 벌써 몇 년 전이던가....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그 때의 씁쓸함이 새록새록 고개를 들었다. 어쩜 저럴 수 있나- 하긴 했지만 기실 넓게 생각해본다면_ '나' 역시, 나이를 먹긴 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어른이 맞나.... 껄쩍지근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삶에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음을 알았을 때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때, 선택을 하면 반드시 결과가 뒤따른다는 걸 알았을 때, 일을 해야 돈이 생기고, 실수를 했으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컴퓨터게임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받는 보상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세상은 불공평해!'라며 투덜거린다. 그러나 그건 절대 불공평한 일이 아니다.

p.18


원래, 이러한 실용서적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난.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크게 와닿지 않았던 주장들- 그래서 이쪽 분야 관련 서적에 대한 흥미도는 점점 줄어들었건만, 너무 나 좋아하는 장르로만 독서 방향이 몰리는듯 싶어 저어되는 마음에 슬쩍 고개를 돌리다가 만나게 되었다, 이 책. 제목에서부터 참 와닿기도 했고, 영어 원제 역시 마은 한켠을 시큰하니 아릿하게 만드는지라, 무슨무슨 몇 가지 이유 등등의 부제가 좀 시큰둥~하긴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만만찮은 인생살이, '생활'이 아닌 '삶'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어디 한 번 읽어볼까.... 조오금은 거창하게 그러면서도 조오금은 만만하게 시작한 독서, 그리고_

 

 


의도가 좋았다는 걸로 충분치 않다. 성심을 다했다로는 부족하다. 올바른 선택을 하고 옳은 행동을 해야 한다.

p. 125


 어른아이라고 번역되는 "키덜트"에 이런 뉘앙스가 있었던가_ 싶을 정도로 그 단어를 상당히 유희적으로 사용하던 나에게 조오금은 멍~함을 안겨주기도 했고, 이제는 "요즘 어린 아이들"(!)이란 말을 서슴치않을...만큼은 아니더라도 심심찮게 사용하는 나이가 되다보니 책 속에 소개된 일례들에 공감하기도 하고, 뭔가 참- 씁쓸하고도 뜨끔한 오묘함을 맛보았던 시간이랄까. 30여 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내가 벌써_란 허탈감과 난 아직_이란 불안함이 교차하는 시간. 내가 벌써_란 면에선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를 돌파하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뒤를 잇고, 난 아직_이란 면에선 책임감을 절실히 느낄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거워하고 무서워하며 허덕이는 스스로를 향한 자괴감이 잇다르고.... 어렵지 않은 본문 내용과 썩 깔끔하니 잘 들어오는 소제목들의 나열이 꽤 흥미롭긴 했지만, 활자가 아닌 강연용으로 그리고 겹치는 제목/내용들의 반복이 그 무게감을 희석시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_ 책 자체에 대해서도 흥미와 무미함의 극단을 오고갔나니.... 그럼에도,    

 

 


 무관용주의는 도덕 나침반을 만들어주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사상이다. 아무 생각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관용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이거나 공무원이다. 우리는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p. 149


한켠으론, 이런 자극적인 내용과 단어 구사가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도서들 가운데에서 이 책만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주리라는 지극히 상업적인 선택에 덤덤해진다. 그리고 또 한켠으론, 구구절절...까진 아니더라도 그리고 특.히. 본문에 언급된 내용이 지극히 미국스러운 상황인지라 우리네 현실에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꽤 수긍하게 된다는 점때문에 책 읽기가 그리 슴슴하진 않았더랬다. 사실, 책 속의 논조가 좀 어중간하니 한쪽에 치우쳐있긴 하지만서도 읽고 나면 '이런 세상/사회를 만든건 젊은이들이 아닌 어른들 아니냐'라는 징징거림을 쉽사리 입 밖에 내지 못하게 만드는 점은 꽤,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난, 기득권층의 안면몰수적 행위 역시 문제가 많다는 측이긴 하지만. 물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휘둘리는 젊은 청춘들의 희망잃은 색바램 역시 문제가 크다는 것도 인식하지만, 말이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절대적인 주장이다. 그리고 나태한 주장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보다 더 나은 생각이 없다면, 그걸로 끝 아닌가? 논쟁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은 더더욱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p. 206


 아마 저자는, 현실적 한계를 나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불.구.하.고. 청춘스럽지 않은/못한 젊은이들의 각성을 촉구키위해 요로코롬 대놓고 까발리는 전략을 택한게 아니겠는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쓴 글은 오히려 이런 '애어른'을 만들어낸 기존 사회/기득권/어른들의 무책임함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지 않나... 싶으면서도 후자의 측면을 강조하기엔 그 강도가 좀 '들'한게 아닌가..싶어 좀 아쉽기도 하고_ 어쩜 이런 애매모호함은, '사회인의 현실'에 보다 가까운 우리네 번역 제목과는 달리_ '아이들이 학교서 배우지 않는/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50가지 법칙' 이란 원제가 주는 'teen'적인 느낌 간의 간극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 뉘앙스가 어찌되든 목적은 동일하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 이 삶을 어찌 살아나가야 할까?  

 

 


삶이 묻는 질문에 대답할 때 말이나 명상이 아닌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삶이 던지는 문제의 답을 찾고, 각 개인에게 끊임없이 주어지는 임무를 완수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곧 인생이다.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p. 240


 호기롭게 시작하는 처음과는 대조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각잡고(;;) 교훈투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게 한다. 이는 어쩜, 모두들 알고 있지만 생활의 버거움과 현실의 벽 앞에서 그냥 외면하고만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반영일텐가.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의 성숙도는 아직 한참 먼 나이기에, 그저그런 실용서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그리고 홍보문구처럼 마구마구 독하지도 않았고 무척이나 창의적이라 생각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_ 책의 서두를 장식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마따나_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은, 우리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가 아니라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하는가"일테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이고도 냉정한 시선이 필요한 것일테고. 

오타

p.188 ~ 하단부, 삼폰 -> 삼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