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거짓말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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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선, 책이 얇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읽어보니, 책 두께와 상관없이 그다지 줄거리를 따라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책이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사원의 삶 그 자체였으니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사원이라고 해서 흥미로운 과거도, 마음 한 구석에 뭍고 사는 기억같은 것 따위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겉으로 털어놓지 않는 뭔가를 가지고 있으니까.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100명 중 진정으로, 겉보기와 같이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겉으로 보기에 청렴결백한 사람들 중 본인이 진정으로 털끝만큼의 거짓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묵묵히, 성실히 매일매일 출근하여 일을 한다고 하여 지금이라도 당장 다 뒤집어 엎고 확 떠나버리고 싶은 적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인공이 어느 날 출근길에 "갑자기" 핸들을 확 꺾고 다른 길로 빠져서 증발했다가 부인과 통화를 했을 때다. 부인은 꽥꽥거리는 대신, 오히려 하루 쉬고 오라고 호텔 지배인에게 전화하여 방을 잡아준다. 그 여자 참 쿨 하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전 여자입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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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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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성들의 사랑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사랑에 관한 정의와 사랑에 빠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여자들의 이야기. 같은 여자로서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는 단편 소설의 제목은 많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듯 하다. 내게는, 알면서도 그렇게 끝나버릴 줄 알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선택을 한다는 의미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별이 예정된 만남 정도?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되든 간에 지금 현재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나는 늘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결혼을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죽도록 사랑하여 결혼했으나 또다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경우 (이를 '외도'라고 한다)도 있다. 이 소설집의 제일 마지막 소설인 '잃다'가 이 개념을 가장 잘 표현했다. 15년을 기다려 드디어 떳떳하게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일반적으로 사랑의 결실이라 부르는 상태로서, 흔히 결혼을 떠올리게 되는 상황) 사실은 처음부터 시작인 상황이다. 다시는 예전과 같을 수 없고, 주인공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고 사랑해왔던 남자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녀는 운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사는 여자들. 이미 떠나버린 남자들을 그리워하는 여자들. 사랑했으나 더 이상 아무 느낌이 없게된 여자들... 사랑과 헤어짐에 관해 한 번 깊이 생각해보게 해 준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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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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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였다. '깊은 슬픔'이라는 소설이 유행했던 것은.

그 당시 나는 불문학도로서 프랑스 문학을 먼저 어느 정도 접하고 난 후에야 한국 소설을 읽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던 터였다. 나와 같이 다니던 친구는 한 동안 남색빛 커버의 '깊은 슬픔'을 가지고 다녔다. 나는 무심하게, "그거 재밌어? 요새 많이 팔리는 것 같던데..." 했다. 친구는 "이거 진짜 너무 슬퍼...A와 B라는 남자가 있는데 여자가 처음에는 A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B는 여자를 사랑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자기는 B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B는 떠났고 A가 여자를 사랑한다는 거야"했다. 12년 전인데도 그 말이 생생하다. 그 때는 그냥 "이런. 안 됐군" 하고 말았었다.

그 후로 11년 후, 우연히 도서관에서 '깊은 슬픔'을 발견했다. 왠지 반가운 마음에 이젠 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집어들었지만, 두 권 중 한 권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선 앞 부분이라도 읽기로 하고 빌려서 읽었지만 뒷 부분은 도저히 반납이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포기했다. 그러다가 올 초, 한 권으로 묶인 개정판이 나왔기에 얼른 샀다. 사기는 샀으나 이래저래 계속 못 읽고 있다가 이번 추석 연휴에 작정을 하고 읽었다.

얼마나 실감나게 표현했던지. 남자의 전화 한 통에 울고 웃는 여자의 마음. 마음을 주게 되면서 부터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된 여자. 늘 불안하고, 늘 부족한 여자의 마음. 사랑하는 남자에게 거절당하고, 그 분을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푸는 여자. 그녀가 늘 멀게만 느껴져 불안해하던 세는 결혼을 하고도 그녀가 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무서운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이제서야 세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점점 어긋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급기야 세는 여자를 떠나고, 여자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 '불 끄지마. 네 얼굴이 안 보여'라는 그녀의 말에 희망을 얻었었는데 그녀는 기어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2년 전 이 소설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오늘만큼 마음이 아팠을까? 아니었을 거다. 그녀의 슬픔을, 완과 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건 내가 그만큼 아파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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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반말 짓걸이'가 아니고 '반말 짓거리' 거든요? 그리고 일본 작가가 썼다고 해서, 일본의 결혼관은 다 그런 것일까라는 넘겨짚기는 하지 맙시다. 공감 얻겠다는 건 좋은데요, 노란장미님이 말씀하셨듯이 다 똑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법은 없죠. 여기 나온 리뷰만 해도 어떤 사람은 극히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극히 싫어하잖아요? 다만 내가 아니라고 해서 다른 사람은 틀렸고, 우리 한국 사람들은 안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생각하는게 이상하다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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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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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다웠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아오이와 비슷하지만, '낙하하는 저녁'의 여주인공 리카는 좀더 "나이브" 하다고 할까. 새 여자와 가까이 지내서라도 옛 애인과 동질감을 느끼려 하다니.

혹자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현실만큼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없다. 이 세상엔 정말 별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말이다. 그만큼 사람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실연에서 치유되는 방식도 다 다른 것이다. 나를 떠나갔지만, 8년이나 사랑해왔던 애인과 조금이라도 연결감을 느끼기 위해 애인이 사랑하는 새 여자와 함께 지내는 것도 나름대로는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옛 애인은 또 어떤가. 다른 여자 때문에 8년이나 사귄 여자를 버려 놓고도 3일에 한 번씩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하는 옛 애인은. 8년이라는 세월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새 여자가 옛 애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리카는 본인이 마음이 아프다. 옛 애인이 상처받는 것이 너무 안쓰러워서. 이 얼마나 슬픈 상황인가.그래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뒤흔든 하나코가 자살했을 때 차라리 편안했던 것이다.

혹자는 에쿠니 가오리를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하는데, 배경 묘사나 분위기에서 하루키스러운 면이 조금 있긴 하다. 그녀의 소설 속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든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라는 작품과 '낙하하는 저녁'의 분위기 (일상 생활의 묘사, 생활 공간의 묘사 등)가 비슷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도 물론 감정이 있다. 하지만 달관한 듯한, 좀 무심한 듯한 그런 모습들 때문에 냉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마치 고양이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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