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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12
플뢰르 이애기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시절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된 것은 그저 모두 유년기다 (p88)
책의 제목에서부터 표지, 내용까지 소녀적 감성이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다.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카 호>라는 두 개의 작품을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우울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하지만 그 우울함이 사춘기소녀의 심리를 더욱 잘 표현해준 것 같다.
오로지 여학생들만 있는 폐쇄적인 기숙사에서, 부모님과 동급생들에게 거리를 둔 채,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고 있지 않던 '나'는 어느날 '프레데리크'라는 전학생에게 관심을 느낀다. 둘은 단짝친구가 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질투심과 소유욕, 프레데리크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가슴은 점점 상처투성이가 된다.
사춘기소녀들에게 있어서 '친구'란 존재는 가족보다도 더욱 가깝고도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더욱이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그 때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친구가 나타났다면 그에 대한 집착과 애정은 대단할 것이다. 나도 여자만의 세계와도 같은 환경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의 심리가 다는 아니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는 있었다. 너무 좋아하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 고민과 우울함뿐이라 생각되었던 그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야말로 '아름다운 나날'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번째 작품 <프롤레테르카 호>에서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자주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따라 '나'는 프롤레테르카 호로 열나흘의 짧은 여행을 떠난다. 불행하고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 온 이번 주인공의 심리도 무척 쓸쓸하고 우울함에 차있다. 사랑받지 못했던 것의 분풀이일까,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한편 '나'는 아버지가 그런 자신을 눈치채주고 바라봐주기를 원한다.
책에 담겨져 있는 두 작품 모두 받은 상과 명성이 대단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던 작품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0쪽 남짓의 적다면 적은 얼마 안 되는 분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할애된 시간과 노력은 두꺼운 장편소설 못지 않았다. 열심히 읽는다고 읽긴 했지만 지금 내가 이 작품을 반이라도 이해했는지는 긴가민가하다. 평소 고전을 소홀히 했던 탓인지 이 책이 나에게는 너무 힘든 도전이었던 것도 같다. 좋은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에 담긴 것들을 내 안에 모두 담을 수 없었다는 것에 속상하다. 시간이 지나고 내 자신이 좀 더 성숙해지면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