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평소 워낙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터라. '프리즌 트릭'이라는 제목과 인상적인 표지에 무척 관심이 갔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와 온다 리쿠, 텐도 아라타가 극찬을 했다니, 그 기대감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기대에 부풀어 첫장을 넘겼는데 역시나 소설은 한 교통 교도소를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지바현에 위치한 이치하라 교도소는, 죄상이 그리 깊지 않고 복역기간에 짧은데다 가석방률까지 높은, 다른 교도소에 비하자면 매우 자유로운 곳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단조롭게 흘러가기만 할 것 같던 이 평화로운 교도서에서 어느날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창고에서 발견된 시신은 얼굴과 손이 문드러진 처참한 형태로 발견되는데...그리고 창고의 문에는 이시즈카 죽어 마땅하다라는 범인이 남긴 듯한 문구가 붙여저 있었다. 하지만 더욱 괴이한 것은 이 사건이 완벽한 밀실살인이었단 것이다...

책은 시점을 시시각각 바꾸어 가며 범인이 누구인지 알 듯하면서도 모를 듯, 점점 문제의 핵심으로 다가선다. 죄수과 형사, 그리고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교도관, 맘 한구석 죄의식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전직 기자...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그들이 직면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한 게 맘에 들었다. 교도소 안의 비윤리적일 수도 있는 현실의 비판,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을, 직접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표현한 것도 이 소설에서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였다.

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사람들한테까지 파생적인 불행을 초래해버리는 것... (p356)

단 하나의 사건이 점점 더 많은 사건과 피해를 낳고, 결국에는 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치는 불행...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닿았던 문구였는데, 이 역시 인물의 심리를 절실히 말해주는, 마음이 아팠던 부분이었다.

이야기 자체도 분명 꽤 재밌었고,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립도 흥미진진 했지만... 아쉽게도 추리소설 면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 읽으면서 여러번 트릭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전에선 꽤 충격을 받았지만 결말이 깨끗하지 않았던 것도 신경이 쓰였고, 범인의 동기도 모호한 면이 없지 않았다. 띠지에 반드시 두 번 읽게 될 것이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는데 이 말을 몸소 체험했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어떻게 된거지 하면서 몇 번이고 책장을 되넘겨 보았다. 하지만 역시 범인이 무엇을 목적으로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는 지금에 와서도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약간 있었던 작품이긴 했지만,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따라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평소에는 차마 생각이 미치지 않았던 곳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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