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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ㅣ 꿈꾸는 달팽이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을 불행을 무서워하고 피하고 싶어한다. 어느 누가 불행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고 싶어할까? 이 책의 주인공 헨리의 아버지도 '불행으로보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면, 불행은 결로 찾아오지 못한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생각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하지만 불행은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찾아오는 법이다. 17살 생일날, 핸리는 형 프랭클린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게 된다. 뛰어나고 모범적인, 헨리의 우상이었던 프랭클린은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의식불명에 빠진 채 깨어나지를 못한다. 그리고 사고의 가해자는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민 차이 초우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소부터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에서 기분 나쁜 이방인으로 통했던 머턴주민이기에 차이 초우안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끊임없이 계속 된다. 결국에 프랭클린은 숨을 거두고 차이는 가벼운 판결을 받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데서 블리스베리 주민들의 분노는 극한에 달한다. 한편, 형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 그리고 차이 초우안에 대한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모르던 헨리는 생전 형과 약속했던, 칼날 산등성이라는 별명이 붙은 험난한 산 카타딘에 오를 결심을 한다. 단짝친구 샌번과 검둥개와 함께 길을 나선 헨리는 가장 보기 싫은 사람과 마주치게 되는데...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불행, 그리고 본토인과 이주민의 갈등...책의 내용은 심각하기 그지없다. 예고없이 찾아 온 불행에 가족들이 얼마나 상심하고 슬퍼하는지가 절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사람들의 차별과 괴롭힘은, 이미 미국에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이 떠올라 결코 간과할 수가 없었다. 가족들에겐 자랑스럽기만 했던 프랭클린의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가난한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야만 했던 차이. 이를 신경쓰고 개선해야할 학교가 오히려 차별을 부추기는 모습은 화가 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상실을 겪어 본 사람이 상실을 겪은 사람의 마음을 아는 법이다.
어떤 상실이든 결국은 매한가지니까 -p269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프랭클린의 교통사고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그리고 차이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괴로움 속에서 살아왔는지가 속속 밝혀진다. 자신의 형을 죽인 차이 초우안에 대단 분노로 헨리의 인종차별적인 생각은 더욱 깊어져만 가는데, 이 분노는 과연 풀릴 수 있을까? 카타딘을 향한 여정 속에서 헨리는 여러 인물들과 마주치게 되고, 베트남 전쟁과 일자리를 이주민에게 빼앗긴데서 오는 증오를 품은 사람들에서부터 친절한 식당 주인에 까지 그들에게서 여러가지를 목격하고 배우게 된다.
무척이나 심각하고 민감한 소재를 다룬 책이지만, 작가의 기량일까? 책을 보는 동안 무거운 기분이 든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어느 순간 미소를 짓고 있는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불행은 괴롭기에 되도록이면 마주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법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불행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불행과 행복, 상반되는 개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때로 이 둘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란 생각이 들었다. 불행을 피하기만 하고 눈을 돌리기만 해서는 안되며, 불행이 있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 이 부분, 헨리의 생각에는 나도 백배 공감한다!
세상은 불행이다. 그리고...........은총이다. 정말로 그렇다 -p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