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정한 사람
은희경 외 지음 / 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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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다감한 사람들
소설가 은희경, 신경숙, 백영옥, 김훈과 뮤지션 장기하와 이적 그리고 영화감독 이명세와 음악감독 박칼린 마지막으로 요리사 박찬일 그들의 여행에 이병률 시인이 동행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왠지 편하고 즐거울 것만 같은 여행. 저는 목록부터 펼쳐 가장 궁금한 이들 부터 펼쳐 보았습니다.




(제가 중국 재래시장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 여행의 정의를 묻다
책에서 묻습니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곳이냐고요.' 대답이 참 재미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나였다가 익숙한 나로 돌아오는 게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물이고, 생수고, 수도꼭지 이며 누군가에게는 현실을 벗어나 가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명세 감독의 대답에 웃었습니다.
'책상을 걷어차고 이미지 만들기'
웃음의 의미는 간단합니다. 솔직하고 공감됐기 때문이죠.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는 그는 늘 이미지를 떠올려야 합니다. 이런 구상 작업의 기초 단계는 감독 뿐만이 아니라 소설가, 음악가들도 거치는 일이죠. 작품의 밑단이 되는 중요한 일을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고심만 하는 것으로 순조롭게 풀리진 않는다고 봅니다. 제 경험을 돌이켜 보더라도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 끙끙대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상황 속에서 풀려나갔던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겐 여행이 일종의 쉼표이자 또다른 지혜나 아이디어를 주울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저에게도요.



(제가 중국에서 마구 먹었던 음식사진입니다.)

- 안녕, 만남의 안부
좋아하던 작가의 여행부터 찾아봤는데 다 읽고 나니 의외의 사람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요리사·에세이스트 박찬일 씨였는데요. 살아오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밥 먹고 합시다'라고 할 만큼 그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정신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일본 규슈간 그는 기차 여행을 하며 여러 도시락을 먹어봅니다. 가끔 야외로 놀러가야지만 도시락을 싸와 나눠먹는 우리와 달리 일본에서는 매일 회사원들이 도시락 판매점에 줄지어 서있다고 하죠. 혼자 앉아 밥을 먹는 풍경 또한 익숙한 풍경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간편하고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는 일본인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고 도시락이 발달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들에겐 세계의 어떤 풍경도 하나의 소우주처럼 담을 줄 아는 지혜가 있습니다. 도시락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중국의 만두와 찐빵, 인도의 카레, 한국의 불고기, 미국의 햄버거, 영국의 샌드위치까지 들어있다고 하니 메뉴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던 제가 재료를 들여다보고 음식에 깃든 역사를 알게 되니 음식이 좀 더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밀한 미각들이 글로 옮겨졌을 때의 느낌이 참 신선했습니다.





(중국 놀이공원 사진입니다.)

- 안녕, 헤어짐의 인사
호주,일본,캐나다,뉴칼레도니아,미크로네시아등 그들의 직업만큼이나 다양한 나라로 떠난 여행기가 끝내면서 난 또 한가지를 배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열린 마음으로 낯선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이죠.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관람법은 간단합니다. 즐겁게 받아들이고 함께 호응하는 것 간단한 마음가짐이나 자주 잊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미리 작품과 배우에 편견을 갖고 있거나 관람 도중 저항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몰입하지 않는 경우이죠. 사실 그 자리에 앉은 건 저인데요. 앉아있을테니 나를 맘껏 즐겁게 해봐라 대신에 스스로 공연에 빠져들어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야 나만의 작품과 공연이 되는 것이죠. 설명이 길었지만 책 속 열 명의 예술가들에게도 전 같은 태도를 보았습니다.




한국음식을 권하는 가이드에게 돌아갈때까지 태국음식만 먹겠다며 향신료가 들어간 다채로운 음식을 맛보는 이명세 감독, 사실 다른 나라에 가서도 입맛이 안 맞다며 한국 음식만 찾는 경우 많습니다. 무인도 섬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바다로 들어가 거침없이 수영하는 박칼린 감독, 인기척이 없는 그 곳에서 맘껏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그녀가 가진 유쾌함 때문이 아닐까요. 신예 싱어송라이터 공연에서 만난 영국인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어 런던에서 열리는 공연 리스트를 건네 받기도 하는 장기하, 그는 뮤지션이지만 다른 가수들이 공연에서는 자신의 색깔을 지우고 그들의 음악을 느끼는 듯 합니다. 이 외의 모든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은 한가지이죠. 낯선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열린 시각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여행의 시작이자 끝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천천히 헤어짐의 인사를 겁냅니다. 그리고 또 한번의 여행산문집을 써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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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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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마을처럼 걷는 사람

끌림은 이병률 시인이 쓴 여행 산문집입니다. 이 책에선 바람 소리가 납니다. 그 속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은 시인 그 자신입니다. 밤색 외투를 입고 느슨해진 카메라 끈과 편한 운동화를 한 몸처럼 끌리는 쪽을 찾아 걸어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여정 속에서 순간순간 마다 멈춰선 곳들은 글로,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멕시코이발사, 칸쿤의 구슬점을 치는 여자, 티베트 버스에서 만난 군인, 영국인 택시드라이버, 페루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옥수수청년, 중국 난징의 귀뚜라미할아버지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그들이 사는 삶의 풍경속으로 성큼 들어가 함께 대화를 하고 음식을 먹고 색다른 경험을 하는 시인이 친화성과 융화력이 부러웠습니다. 그는 마치 지구를 마을 어디쯤으로 여기고 여행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 나는 무엇에 끌렸던가

사실 지난 여름엔 영어를 배운 답시고 학원을 다녔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만날 사람이라도 있는 듯 자주 이 커피숍에 왔습니다. 늘 앉던 의자에 앉아 편한 자세로 바꿔 가며 이 책을 두 번이나 봤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차게 가방을 둘러 메고 떠나지 못할 것임을 잘 알면서도 페이지를 넘기면 베니스 어느 호텔에 가득 짐을 풀고 있는 나, 인도 갠지스 강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나, 산토리니 섬에서 푸른 바다를 내려보며 꿈꾸는 내 모습이 상상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 그래서 끌림

'그래서 제목이 끌림 인가 보다.'
책을 덮고 나니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망설이기만 하는 사람과 그래도 떠나는 사람 혹은 이미 집을 벗어난 사람들까지도 넌지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끌림'이라는 제목이 궁금하고 작은 인형처럼 보이는 다양한 여행객들이 모여 있는 겉표지가 맘에 들고 휘리릭 넘기다 보니 느낌 좋은 사진들로 가득하니까요.



- 사람들 속에서

그렇담 나는 어떤 것들에 끌린 걸까요. 아마도 저자의 따뜻한 분위기와 세상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속 짤막한 시인 소개에 이런 말이 있죠.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
사람 냄새를 좋아한다는 그도 분명 향기로운 사람일 겁니다. 세상 누구와도 금세 친구가 되고 대화를 나누며 여행 중 물건을 도둑 맞거나 사기를 당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만약 거대한 세계지도가 필쳐지고 먼 나라의 유명한 성지와 음식 사진으로 가득한 뒤 지금 당장 당신도 떠날 수 있다라거나 이 곳에서 이 것을 해보지 않고는 여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단정적 글이 있었더라면 얼마 읽지 못하고 덮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마치 길가다 우연히 같은 벤치에 앉아 듣게 된 이야기 같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와 도시가 궁금해지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을 들으며 푹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곤 무릎을 털며 슬며시 일어나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뒷모습의 여운이 이 책이 느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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