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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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1.

계간지를 읽는 기분은 신간을 읽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마치 OTT 리스트들을 보며 작품을 고르듯, 이번 호에는 어떤 시인들과 소설가들의 작품이 실렸는지,

또 어떤 거대한 담론으로 인문학 근력을 기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제목을 보며 골라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2.

백민정 / 왜 귀신의 공공성인가?: 다산과 우리 담론의 모색 (K–담론을 모색한다 1)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건, 백민정의 '왜 귀신의 공공성인가' 였습니다.

백 만 관객 영화 ‘파묘’를 보고 나온 직후여서 저의 눈길을 사로 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다산' 정약용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육각형인간' 그러니까 조선 후기의 '다재다능'한 문신이었습니다.


조선 후기의 유교적 근대성 혹은 실학적 근대성을 이야기할 때 '다산'을 호명한다는 것에 백민정은 부적절한지를 김상준의 유교적 근대성론을 조선후기에 적용한 점을 반박하며, 17세기 이후 예송논쟁을 통해 조선형 혹은 유교적 국가가 이미 탄생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 다산의 귀신이야기를 구체화합니다.


호기롭게 다산 정약용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귀신이야기'로 쉽게 접근했다가, 유교적 근대성 등이 나오면 뒷걸음질케 되지만, 차근차근 읽다보면, 눈에 띄는 문장도 보입니다.


p.329

다산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나쁜 부모를 원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부모를 원망하는 것이 오히려 부모를 섬기는 효도의 한 방법이다. 만약 잔혹하고 냉담한 부모를 원망하지 않으면 그것은 부모를 남처럼 대하는 것이다. 그에게 효는 부모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책무와 함께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관계 원리였다. 원망함을 분석한 다산의 글이있다.

"아버지가 자애롭지 않으면 아들이 원망해도 되는가? 아직 안된다. 그러나 자식이 효를 다했는데 아버지가 자애롭지 않아서 마치 고수가 순임금에게 한 것처럼 한다면 부모를 원망해도 된다. 임금이 보살피지 않으면 신하가 원망해도 되는가? 아직 안된다. 신하가 충성을 다했는데도 임금이 보살피지 않기를 마치 회왕과 굴평에게 한 것처럼 한다면 임금을 원망해도 된다"

-<다산시문집> 권10 원원


다산 정약용의 왕과 신하의 이야기에서 현재를 바라봅니다.

과연, 우리가 뽑은, 우리를 대신해서 나랏일을 할 신하들은 다산이 말하는 어떤 ‘신하’일까요. 

최교선의 '갱신하는 말, 다시 쓰는 미래'와 박래군의 '416 운동 10년, 무엇을 바꾸었는가'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보는 4월의 첫 날입니다. 


3.

장혜령 / 사랑의 역사 외


수많은 시인 중 아는 시인의 이름이 보이면, 일단 그들의 시부터 훑습니다. 

그러다 장혜령 시인의 시가 눈에 띕니다.

이번에 실린 <사랑의 역사>, <모르는 당신>을 읽으면 굉장히 구체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4월의 아직은 찬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부는 제주 협재 바다의 밤입니다.

'아득함'이 느껴지는 두 편의 시를 읽고나니, 제주도를 1박2일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시도 잘 쓰고 소설도 쓰는 작가입니다.

'아득함'을 가진 작가가 쓰는 소설은 또 얼마나 좋을지 작가의 작품들을 검색하며 두근거립니다.

이렇게 계간지를 읽다보면, 새로운 '최애'를 찾는 재미도 있습니다.


4.

성해나 /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


일단 이 소설에는 덕질용어가 가득합니다. 

덕질이 생소한 독자는, 덕질 용어부터 이질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덕질에 발을 잠시라도 담가본 독자라면, 기출 문제 변형처럼 읽힙니다.

재미있지만, 주의할 점은 저처럼 '과몰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설 내용을 이야기 하기 전, 짧은 덕질 이야기를 하자면, 덕질에 '찐팬'과 '라이트팬'으로 나뉩니다. 

'라이트하다'라는 동사는 덕질에서는 '가볍게 좋아하는 정도'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나 BTS 노래 좋아해. 노래 중에 '봄날(대중적인 노래여야함)'이 좋아" 이러면 '라이트'입니다.

하지만, "나 BTS 좋아하는데, 어제 K리그에 뷔가 직관한 거 봤어?"라고 말하면, 어느 정도 '찐'입니다.


소설 속 화자는 김곤 감독의 열광적인 '찐 덕후'입니다.

디시갤에서도 활동하고, n차 관람도 하며, 소수 단톡방에서 김곤의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알고, 굿즈도 사모읍니다. 흔히 말하는 '시네필'은 아니지만, '시네필'이고 싶은 덕후입니다.

화자에게는 남자 친구 길우는 "모럴이 없다"라고 내뱉는 구남친과는 달리, 무덤덤한 무색무취의 남자입니다. 이런 남자가 봐도 화자의 덕질에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김곤 감독에게 '그.런.일'이 있었는데도 말이죠.


어느 날, 화자는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노미네이트 된 김곤 감독의 시상식 장면과 이후에 있을 영상통화를 위해 이태원의 한 펍에 갑니다. 거기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디시갤에서 처음 말을 건 오영도 만나고, 다른 '선생님'들도 만납니다. 오묘한 온도차가 그들 사이에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놓은 '미지 선생님'과 주인공을 빼고, 다 영화를 잘 아는 사람들이며, 김곤 감독과의 친분도 어느정도 있어보입니다. 자신의 덕질을 '소녀같다'고만 말하는 그들에게 느끼는 심리를 작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P.208

4. 친목질 절대금지.

은근히 파벌을 형성하며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 것도, 내가 진지하게 던진 질문들이 귀엽다거나 소녀답다는 말로 전락하는 것도 달갑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저 넘어갔다.


주인공은 이런 싸한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오영과만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인 '미지 선생님'에게 친밀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김곤 감독의 '그 일'을 언급한 미지 선생님의 말에 주인공은 오영의 "우리는 정말 좋아서 빠는 거잖아요"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일명 '쉴드'로 자신의 덕질이 타인들과의 덕질의 순도보다 높음을 말합니다. 

바로 이렇게요.


"사실이라고 입증된 것도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자신이 낄 수 없다 느꼈던 모임에서 그녀의 김곤 감독의 쉴드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쇼미더머니 목걸이가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왠지 모를 찝찝함과 고양감을 동시에 느끼며, 며칠 후, 김곤 감독의 신작 GV에 참석합니다.


성해나 작가도 장혜령 작가처럼 새로운 '최애'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2024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에도 성해나 작가의 작품이 실렸습니다.

책을 사서 제일 먼저 읽을 것 같습니다.


5.

이 밖에도 문학평론 황정아 '이토록 문제적인 '인간'에서 나온 켄 리우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고

봄 계간호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제 저의 4월 장바구니 목록엔 '종이 동물원'과 '2024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담겨있습니다.


다음 여름호는 어떤 주제가 담길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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