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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웨하스. 그것을 먹을 때면 달작지근하고 달콤한 향이 서걱서걱 입 안 가득 메워집니다. 긴 막대 모양의 과자는 부숴지기 쉬워서 먹을 때면 늘 부스러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집니다.「사랑」혹은「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완벽과 결핍. 그리고 달콤함이 떨궈내는 잔혹함의 파편들. 그녀와 그녀의 애인. 그들은 서로 사랑합니다. 완벽하리만치. 애인의 흔적은 그녀의 집, 그녀의 육체, 그녀의 마음을 점령해버립니다. 만일 그가 바람처럼 그녀를 벗어나버린다면, 혹은 유령처럼 사라져버린다면 그녀 자신은 말 그대로 허물어져버릴 것입니다. 그것은 죽음과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영혼이 빠져버린 육체따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가 있는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그녀. 애인의 팔 안에서 언제까지고 눈을 감고 달콤함을 느끼는 그녀. 그리고 그 완벽함이 가져다 주는 균열들, 균열과 균열이 가져다주는 헤어짐의 잔상들.
소중한 사람. 그것은 누군가의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치명적은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달콤함이 떨구는 잔혹함의 부스러기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