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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씨의 책들은 '반짝반짝' 빛납니다. 겨울 밤하늘에 박혀있는 별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한없이 고요하고 냉정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차가워 오히려 청량감마저 선사합니다. 리카와 다케오가 마시던 세븐업처럼.
<낙하하는 저녁>은 이러한 선선함과 어쩌면, 조금은 냉정한 마음들이 스며있습니다. 리카, 다케오, 하나코는 가늘고 연약한 실을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각자 손에 쥐고 있는 실은 너무나도 섬세하게, 그들을 꽁꽁 묶습니다. 리카는 다케오를, 다케오는 하나코를, 하나코는 스스로를 말입니다. 집착하고 싶은 마음, 잊고 싶은 마음, 벗어나고 싶은 마음들은 무채색의 담담함으로 차분하게 탄생하고, 이어지고, 소멸합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고요해서, 아주 작은 흐트러짐도 용납할 수 없다는 기분마저 듭니다. 청결하고, 조금은 복잡한 눈물을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녁에 냉철해진다는 에쿠니씨처럼, 낙하하는 저녁, 리카와 다케오는 한층 냉철한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