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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나 이뻐?'라고 물을 수 있는 생기발랄함과 자신감..
오랜만에 쌈박한 현대소설이 읽고 싶어져 문학서가쪽을 서성대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뭐랄까? 내가 너무 얌전한 제목들만 보아왔는지는 몰라도,
신선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도리스 되리?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후에
알고 보니 영화 ''파니 핑크''의 감독.
' 나 이뻐?' 라니, 내가 늘 묻고 확인하고 싶어했던 것.
하지만 그다지 이쁘지도 않고, 그런 주제에는 외모에 집착하지 않는게 보기 좋다는 것도 잘안다.
'나 어때?'는 어떨까? 여러 편의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입으로, 몸으로 '나 이뻐' 를 물어댄다.
물론 각각의 캐릭터에 따라 그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그네들은 하나같이 사랑받거나, 인정받거나 혹은
자신을 표현하는데 목말라하고 있으며, 그러한 일상의 무미건조함에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난 이책의 제목과 내용들이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 더이상
설명할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주인공들은 지금 이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 혹은 남성들 속에 내재되어 있는,
욕망 하지만 채울 수 없는, 허식 하지만 걷어낼 수 없는, 소외 하지만 포용될 수 없는
끝없는 욕망과, 자위적인 허식, 자기소외의 단면들을 보여준다.
곁에 책이 없어서 전부 몇 편의 글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그중에서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 그리고 서독의 중산층 부르주아지 여자가 동독의 가난한
어린소녀에게 느끼는 동정. 유럽피언과 양키의 차이를 거론하면서 XXX를 사랑하는 '쉭세' 얘기..
특히 여자라면 꼭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다소간 페미니즘적인 경향이 보여지기도 하고
역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적인 욕망과 허영' 같은 말로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틀로 해석을 하는 것 보다는, 그저 자신이 종종 혹은 간혹 자기안에서 발견하게되거나 시달리게 되는
견디기 힘든 욕망과 고독,
무언가를 갈구하고, 또 그것 자체에 역겨워하고, 지치고, 또 무언가를 갈구하는 모습들을 비교해보고
이해해보는 기회만으로 책에 대한 해석은 충분하지 싶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되었다.
여자라면, 필히 '경험' 해볼만한 책이다. 자기네들의, 그리고 나의 이야기로 인정하게 될 수 밖에
없으니까.
아, '나 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