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의 등장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4
아론 구레비치 지음, 이현주 옮김 / 새물결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개인은 파악하기 힘들다.'

저자가 책에서 서너번씩 강조한 '문구'다. 책을 읽는내내 이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스칸디나비아 고대문학에 나타난 영웅, 중세 수도사들.. 애매모호한 퍼스낼러티와 개인성의 경계,   

부르크하르트 이래로 , 중세를 벗어나 르네상스에 이르면 개인성이 발현되기 시작해서 인간이 개인으로서 등장하기 시작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르네상스를 근대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자, 구레비치는 인간이 자기자신을 자각하기 시작하고, 퍼스낼러티를  어떠한 형식으로든 발현하는데 있어, 그 분기점을 르네상스로 보는 관점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그는 르네상스 이전의 개인들을 통해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개인의 모습을 퍼스낼러티와 개인성, 그리고 그 모든것에 영향을 주는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염두에 두면서 살펴본다. 그래서 흔히 구레비치를 중세주의자라고 한다. '개인주의'의 개념을 역사에 적용시키는데 있어 그 기원과 발전과정을 중세 혹은 그 이전에서 찾고자해서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를 중세주의자라 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개인주의에 관련해서) 물론 구레비치가 개인의 모습을 발견하기위한 배경을 주로 중세에 두었지만, 그가 결국에 그가  밝히려 한 것은 중세에서 볼 수있는 개인의 모습을 근대의 개인과 비교하거나 근대적인 한 특징만을 들어 강조하 않는다.

사실 중세라는 시대는 지금과 같은 개념의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근대도 마찬가지일것이다. 그런측면에선 그들과 우리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인간이다. 그들은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개성, 자기 표현방식 같은 것이 없었고 아마 아예 없었기 때문에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구레비치의 분석을 통해 그들의 다른 인식과 방식들을 현재에서 유추해볼수 있을 뿐이다. 어쨌든 구레비치는 개인의 발전이라는 것이 고대에서 중세로 또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점점더 발전했다는 단선적인 도식에 대해 비판적이다.  개인은 후퇴하기도 했고, 산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 2부에서 다루는 개인들, 자기중심적인 사고, 자만심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개인들을 통해 부르크하르트는 개인이 완성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글에서는 부르크하르트가 어떤 관점으로 개인의 발견을 근대를 특징짓는 한 요소로 정의했는지 자세히 살피기는 어렵다. 개인을 최고의 가치에 두는것,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것, 어떤 사회적인 모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것. 기준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부르크하르트는  자기자신의 가치와, 명성을 좇는 것 으로 기준점을 삼았다. 그에 비해 구레비치는 어떤 한 가지 특성만을 가지고 살펴보지는 않는다. 사실 중세의 인물, 표본들을 어떤 한가지 기준으로만 평가한다는것은 나이브한 일일것이다. 그리고 쉽지 않은 일이다.

...

어쨌든, 퍼스낼러티와 개인성을 중심에 놓고,  근대에서 중세 초로 더 거슬러 올라가 한 개개인을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다. 중세, 중세하면 우리는 암흑이라는 수사를 떠올리지 않는가? 신의 시대, 그 시대를 산 인간들의 사고방식, 인간관계, 자신인식,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 기분과 의지를 표현했는지, 그러한 것도 모두 신의 섭리에 비춰서, 신의 이름을 빌어서 행해졌는지,  모두가 금욕주의에다가 엄격한 억압속에서 순종하며 사는 것만이 윤리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에서 그 의문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어도 어느정도 비춰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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