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입력에 두 표!!

댄스 댄스 댄스 2부 - 그림자와 춤추는 공백지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8월

이 소설은 '양을 쫓는 모험'의 연장선상에 있다. 주인공이 삿포로의 돌핀호텔을 찾는 것에서 소설은 전개된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중 몇 명은 죽는다. 작가는 주인공의 기호품들을 끊임없이 나열하며 그의 일상의 행적을 쫓는다. 두 권 짜리인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즐거웠다. 하루키 특유의 흡입력있는 문체가 나를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혼다나 딕 노스와 같은 개성적인 인물들의 등장도 흥미로웠다. 스바루와 마세라티의 차이점을 알지 못해서 오는 이해의 사각지대는 있었다. 하지만 하와이 해변에서의 선탠하는 광경의 묘사, 돌핀호텔의 미지의 공간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때때로 내뱉는 주인공의 멘트는 건조하지만 그 속에 진한 메시지도 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 자신이 소위 '귀차니즘'에 빠졌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즐기는 와중에 많은 일을 겪게되는 주인공의 일상을 흉내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만큼의 통장잔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물론 전쟁소설을 읽고 있었다면 더 긴장된 일상을 보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랫동안 미뤄오다 한가한 때를 이용해 두 권을 끝내버렸다. 홀가분하다. 개인적으로 '상실의 시대'보다 '댄스 댄스 댄스'가 더 커다란 상실감을 맛보게 해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