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꼬네집에 놀러올래
이만교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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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바꿀만한 국내소설을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씁쓸함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잘 읽히는 편입니다. 주인공이 벌이는 에피소드들도 흥겹고 각 연령층의 인물들도 작품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대사도 작가의 노력이 느껴질 만큼 유쾌하지요. 가끔 꿈과 실제가 갑자기 바뀌어 혼란스러웠지만 말입니다. 주인공의 연령도 저와 비슷하고 소시민적인 가족의 생활상도 저의 환경과 유사합니다. 가족들 모두 아둥바둥 바쁘게 살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가지 못해 아쉬운 삶들. 벽에 기대어 웃으며 읽다가도 생각에 잠기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머꼬에 대한 묘사는 정말로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저도 조카를 보게되면 주인공처럼 되겠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웃었던 대목이 있습니다. 노숙자가 길거리에서 헌 박스를 뒤지다가 기자가 뭐하냐고 묻자 '방을 좀 보려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인데, 현실의 비극을 희극적으로 표현하는데서 오는 폭소라고 해야겠지요. 그밖에도 가족들이 콘도로 여행을 가는 대목과 큰누나가 아이를 가졌을 때의 상황, 주인공의 유머있는 말투 등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지만 작가가 그린 2년여의 시간은 현재 이 땅을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너무나 힘든 시기였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을 가볍게만 읽을 수가 없는것이죠. 책의 뒤표지에 쓰여진 대로 가볍게 날아가는 슬픈 농담들을 실컷 들을 수 있었던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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