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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하루키의 처녀작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이후에 하루키가 펼쳐나간 작품세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도 하루키의 다른 소설과 다르지 않게 주인공은 1인칭인 '나'이다. 그리고 쥐와 J,그리고 '그녀'가 등장한다. 나는 이 책에 함께 실려있는 <1973년의 핀볼>보다는 이 소설이 더 끌렸다. 스물한 살의 이야기여서 나와 더 가까웠을 수도 있고 작가가 뱉어내는 말들이 많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주인공의 입장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주인공이 존경하던 '하트필드'라는 작가가 허구의 인물이란 걸 작품해설을 통해 알고난 후에는 믿기지 않았다. '하트필드'의 무덤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까지 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임신시킨 남자의 얼굴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고,'나'도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그리고 한 장 있던 사진마저 잃어버린다. 그러면서 작가는 모든 것은 스쳐지나가고 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로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의 허무감과 상실감을 그려내고 있다. 자기와 관계했던 사람들이 결국은 사라지듯 떠나고, 자신도 자기가 있던 곳을 떠나게 되는 것을 보며 작가는 우리 모두가 바람같은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