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의 세계 - 게으름뱅이와 카우치포테이토로 살아가기
이본느 하우브리히 지음, 이영희 옮김 / 넥서스BOOKS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소파'로 무슨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한담? 하며 시큰둥하게 책을 펼쳤다. 느림과 여유에 관한 얘기를 할 것을 짐작은 했지만 정말이지 나를 무섭게 빨아들인 책이다. 방대한 근거 자료와 인용문들은 놀라웠다. 어디서 그런 자료들을 찾아냈을까?내가 주말에 빈둥대는 것이 전혀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고 이렇게 확실한 근거를 들어 변호해 주다니,이렇게 고마울 수가! 거기다 더욱 확실히 소파에서 늘어질 수 있는 방법과 그걸 위한 준비물까지 자세히 제시해 준다. 우리집에 소파가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외출할 경우와 카우치 포테이토로 있을때의 경제적, 정신적 손익 계산도 수긍이 갔다.

그리고 작가가 찬사를 보낸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읽었다는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함께.나도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고 싶은 욕구를 계속 키워 준 작가의 놀라운 능력에 정말 오랜만에 진한 독서의 맛에 빠져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의문이 있다면 여가로서의 카우치 포테이토는 납득이 가지만 그러한 인생은? 작가는 수명 문제까지 들먹이며 우리를 '느림'의 세계로 유혹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아버지가 카우치 포테이토 생활에 푹 빠져 있다면,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어떨까? 아버지의 그 여유를 존경할까? 거기다 집안 살림이 빠듯한 형편이라면... 모두가 프리랜서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일테니 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카우치 포테이토의 생활은 무능과 게으름의 소산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형편만 된다면 작가가 설계한 '소파의 세계'로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내게는 간절하다.그만큼 고정관념을 깨뜨리도록 독자들을 설득하는 이 책의 기술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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