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펼쳐든 후 ,다 읽기 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나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구절들이배어 있었다. 주인공이 시마모토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자신의 입으로 눈을 녹여 그녀의 입에 넣어주는 대목에선 감탄까지 일었다. 어린시절부터 청춘기를 지나며 주인공이 겪었던 여자와의관계들도 흥미롭고 다양했다. 사랑이 떠나가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그리고 작가는 소설 속 여성들을 어쩜 그리도 매력적으로 묘사하는지, 그것도 은근히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평범한 듯 하면서도 부족함 없는 중년의 생활도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시마모토와의 첫사랑은 좋은 소재임은 분명하나, 열두살시절의 애틋한 감정이 과연 20년 넘도록 지속될 수 있을까?그 사이 이즈미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과 사귀고, 헤어지면서, 그리고 결혼을 해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면서도 시마모토에 대한사랑이 전혀 희석되지 않고 점점 부풀려질 수 있는 걸까?몰론 꿈같은 사랑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매우 신비롭고 신화적일 수 있다. 베일에 둘러싸인 채 잊혀질만 하면, 단념하려고 하면 나타나는 첫사랑. 그것도 고상한 매력을 잃지 않은채... 이보다 더 로맨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꿈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시마모토와 같은 존재는 우리가 동경해보지만 잡을 수 없는 사막의 신기루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루키의 소설에서 진하게 느낄수 있는 허무감과 상실감을 이 소설에서도 여실히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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