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두권으로 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우선 책의 분량에 부담을 느꼈다. 이 작품을 알게 된 계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읽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상실의 시대>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간에 내가 매력을 느꼈던 작품이므로 <마의 산>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컸다.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시간'의 실체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 제대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며 항상 시간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인 나도 주인공의 시간에 대한 집착과 관심은 많은 공감이 갔다. 계획했던 3주간의 체류기간이 7년으로 연장되는 동안 주인공은 사촌인 요아힘, 존경하는 페페르코른 씨, 그리고 같이 요양하던 지인들을 병마로 잃었다. 그리고 세템브리니, 나프타와의 격렬한 토론으로 지적인 모험을 한다.그 토론의 내용들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점이 많았다. 나로서는 한스 카스토르프의 소샤 부인에 대한 호의와 애정을 서술하는 대목들이 참 흥미로웠다. 소샤 부인에게 한 마디 말을 건네기까지의 망설임과 소샤 부인이 요양소로 다시 돌아올때까지의 기다림, 그리고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페페르코른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흥미있었다. 하지만 군장교가 되기를 그토록 열망하던 요아힘이 숨을 거두는 부분과 영적인 능력을 지닌 소녀의 힘을 빌어 요아힘의 영혼을 다시 불러내고, 주인공이 용서를 비는 부분을 읽을때는 슬픈 기분이 들었다.이 소설은 요양소에서 나온 주인공이 전쟁터에서 총을 들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3주간의 요양을 마치고 조선기사로의 꿈을 실현하려던 주인공의 일생이 7년간의 요양끝에 결국은 참전까지 하게 된 건 '마의 산'의 마력 때문이 아닐까? 독일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를 만나본다는 기분으로 읽어보면 좋은 소설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