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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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썼다. 안경을 쓴 사람이 여기 저기 부딪히고 다니면

'너는 눈이 네개면서도 부딪히고 그러냐'라는 핀잔을 듣곤 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눈, 안경, 시력.... 이런 것이 아니다.

얼마나 제대로 보는지, 무엇을 보는지, 얼마나 넓고 깊게 보는지........

어쩌면 내가 10년 넘게 책모임에 나가고,

그림책부터 시, 소설, 에세이 등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건

그런 ''을 갖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나의 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들어주는 책,

이번에 읽은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가 그런 책이었다.

 

한순간의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저자는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뭐든 집어삼킬 것 같은 그 어두운 틈을

크레바스같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혼자 힘으로 지하철을 내릴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그 틈...

그 막막한 틈이 이제 지하철을 탈 때마다 보인다.

개선할 수 없는 것인가, 개선하지 않는 것인가!!!

새로운 눈을 가지고 나니 여기저기 분노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고 후 10년이 흐른 지금,

소설이 너무 좋아 간절하게 쓰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는 황시운 작가,

세상과 싸우는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는 작가를 어찌 응원하지 않겠나...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몇 번이나 힘겹게 심호흡해가며, 눈물을 닦아가며 읽어야했다.

 

이제 새롭게 얻은 눈으로 나도 세상의 크레바스 같은 틈을 줄여나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작가님의 다음 책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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