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튜어트 홀 ROUTLEDGE Critical THINKERS(LP) 5
제임스 프록터 지음, 손유경 옮김 / 앨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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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문제는 단연코 정치적인 문제다"라는 스튜어트 홀의 표현처럼 우리는 문화를 단지 소비되는 것이나 정태적인 현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문화는 계급과 정치가 사상된 장식물이나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는 지극히 정치적인 차원에서 결정되는 문제이며 문화는 대중들과 지배계급간의 투쟁과 중재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튜어트 홀은 영국에서 1950년대부터 문화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호가트,톰슨 등과 함께 버밍험 학파라고도 불리는 연구집단을 형성하기도 하였고, 영국의 개방대학에서 정통의 아카데미즘을 벗어나서 문화와 정치, 인종주의, 정체성, 디아스포라, 민족성 등의 굴직굴직한 테마를 중심으로 집단연구를 주도하고 다양한 성과물을 남겼다.

스튜어트 홀은 책형식으로 출간된 성과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그의 연구는 문화는 정치적인 문제라는 그의 언명처럼 현실개입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책의 형태로 출간되기 보다는 그때 그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일종의 워킹페이퍼(working papers)로 발표되었다. 그리고 스튜어트 홀은 자신의 연구가 어떤 학파와 체계적인 틀로 박제되기보다는 현실에 개입한 실천적인 흔적으로 남기를 바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스튜어트 홀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술들은 이후 묶여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고, 그는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를 주도한 영국 버밈엄학파의 핵심 사상가로 많이 알려진다. 국내에서도 신문방송학, 문학, 역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는 이들 사이에서 홀의 사상은 많이 연구되고 읽혀져 왔다.

이번 제임스 프록터의 <스튜어트 홀 지금>이라는 책은 영국의 루틀리지 출판사의 "크리티컬 띵커스(Critical Thinkers)"씨리즈의 하나로 나온 책을 번역한 것이다. "크리티컬 띵커스(Critical Thinkers)"씨리즈는 주로 유럽과 미주지역의 비판적인 사상가들의 이론체계를 비교적 쉽게 해설한 씨리즈물이다. 지젝,스피박,들뢰즈,데리다,제임슨 등을 소개하고 있고, 스튜어트 홀도 그런 핵심 사상가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권5로 출간되었다.

스튜어트 홀의 투쟁의 장으로서의 문화와 대중

스튜어트 홀은 유럽 지성계에서는 드물게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이다. 그런 그의 인종적 배경은 그의 문화연구가 지향한 방향에서 영향을 미쳤으며 실제로 스튜어트 홀은 1980년대 영국 대처정부하 우익세력들의 파시즘적 인종주의를 예리하게 분석하기도 한다.

스튜어트 홀이 쓰는 문화라는 용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공유되고, 전승되는 유산,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의 구성물로서의 문화'와는 다르다. 스튜어트 홀의 문화는 "사회적 행위와 중재가 일어나는 장소"이며,"권력관계들이 안정적으로 확립되어 있기도 하며, 잠재적으로 동요되기도 하는 곳"을 의미한다.

스튜어트 홀의 문화는 당대 신좌파적인 영향하에서 권력투쟁의 장으로서의 의미를 가졌으며, "이론적 논쟁뿐만 아니라 사회정책과 정치개혁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그런데,스튜어트 홀의 문화가 마르크스의 것과 차이를 가지는 점은 문화를 단지 결정론적으로만 취급한 것이 아니라 '절합(節合:articulation)'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사용하여 다소 상대화 시키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절합'은 '연결되어 있기는하지만 분리될 수도 있는 관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문화영역이 투쟁의 장이기는 하지만 경제영역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영역이 아니라 좀더 다층적으로 결정되고, 때론 경제적인 모순과 관계에서 독립되기도 한다는 의미에서 쓰였다. 이런 관점은 정통 맑시즘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것으로,교조적이지 않고 상당히 현실적인 문화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스튜어트 홀적인 문화의 정의에서 '대중'에 대한 생각도 유도가 된다. 한편, 스튜어트 홀의 '대중'은 그의 대중문화연구에서도 등장하지만 그 보다는 '인종'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여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스튜어트 홀은 자메이카 출신 흑인종 영국인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스튜어트 홀에게 'mass'로서의 "대중"은 사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스튜어트 홀은 누구?

영국의 사상가 스튜어트 홀은 문화연구의 창시자로 불리는 대표적 문화이론가다. 1960-1970년대 문화연구의 주창자로 부상한 홀은 문화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1950년대 신좌파 그룹 내부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고, 1980년대에는 대처주의와 인종주의 논쟁을 촉발시켰으며, 1990년대 이후에서는 정체성, 디아스포라, 민족성 등에 관해 발언하며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이미 완결된 이론의 권위를 거부하고 자신의 사상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이론화 작업에만 관심을 갖고있었기 때문에 단행본 형식의 저서나 선집을 내지 않았다.
스튜어트 홀의 대중은 적어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에 대해서 애착과 관심을 가진 대중을 의미한다. 그래서, 스튜어트 홀의 '대중'은 노동계급의 청소년이거나, 자신의 뿌리를 인식하는 가진 유색인종, 성정체성을 확보한 동성연애자 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이런 방식으로 스튜어트 홀을 읽어 나가고 대중과 문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제대로 '지금의 스튜어트 홀'을 이해하는 것이다.

국내에 스튜어트 홀은 너무 문화연구 이론가로서만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최근 수년사이 한국사회에 문화에 대한 붐이 일면서 문화이론에 대한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홀을 유행처럼 연구한 탓이다.

하지만 스튜어트 홀을 자세히 알아보면 그는 오히려 당대 현실정치에 개입한 정치적인 인물이며 순수한 문화주의자는 아니다. 그의 연구 분야도 인종주의, 정체성정치학, 디아스포라, 민족성, 대처리즘 등 다른 분야에서 진면목을 볼 수 있고, 그 연구들마저 현실과 철저한 유기적 긴밀함을 확보하고 있다. 제임스 프록터의 <스튜어트 홀 지금>은 그런 점에서 스튜어트 홀과 그의 사상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는 좋은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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