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주의 예술가 뒤러 1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 한길아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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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알브레히트 뒤러의 미술세계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글로 읽기 보다는 눈으로 감상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너무나 아름다운 미술의 세계를 활자로 얼마나 표현하고 묘사할 수 있을까? 문학과 미술이 다른 쟝르이듯, 기사도 미술과는 너무나 다른 표현매체이다. 아무리 잘 써도 직접 보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의 저자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생존했다면 향년 93세가될 독일 하노버 태생의 세계적인 미술학자이자 미술사가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였고,<인문주의 예술가 뒤러>도 1943년 미국에서 출판된 책이다. 미술서적 중에서는 고전중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기도 하다.

미술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에는 조금 무리도 있어 보이지만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 정도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꼭 뒤러의 미술세계를 개괄하고 싶지 않다면 1쪽부터 차곡차곡 읽어나갈 것이 아니라 죽 넘기면서 그림을 먼저 보고 관련해설을 읽어보는 것도 효율적인 독서법일 것 같다. 중세와 르네상스,기독교,미술기법 등에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죽 읽어나가는 독법은 조금 지겨울 수도 있다.

뒤러는 1471년 독일 뉘른베르크생으로 1528년에 사망하였고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라는 평가를 얻고있다. 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유럽 등 서구에서는 미켈란젤로나 다빈치와 동등한 대접을 받는 화가이다.

뒤러는 직접 회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당대의 미술품 제작관습에 따라 공방작업을 통하여 수많은 목판화, 동판화 작품을 남겼고, 판화의 밑그림이 되는 흑백소묘도 다수 남겼다.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라는 평가에 걸맞는 미술이론 서적도 많이 남긴 유능한 미술이론가이기도 하다. 유채화 약 100점,목판화 350점,동판화 100점,소묘 900점을 남겼다.

뒤러는 1498년 목판의 연작 <묵시록>,<대수난>을 작업하였고,1504년 최초의 인체비례의 수작 <아담과 이브>를 제작했다.1505년 <장미관의 성모>,<젊은 베네치아의 여인> 등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그 후1511년경까지는 <만성도(萬聖圖)>등 종교화의 대작을 몇 점 제작했다.1513∼1514년 동판화의 3대 걸작 <기사(騎士) ·죽음 ·악마>,<서재의 성(聖) 히에로니무스>,<멜랑콜리아>를 발표했다.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의 위상과 미술세계

▲ 뒤러의 <멜랑꼬리아(우울)>,판화라고 믿기어려울 정도의 세밀함은 뒤러 작품의 최대 강점이다.
첫째, 뒤러는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이다. 뒤러의 초기작품은 중세적 기독교 신앙을 배경과 소재로 하여 제작되었다.그래서 뒤러의 초기 작품은 그리스도의 수난,만찬 등의 소재, 중세미신적인 소재가 많다. 하지만 후기로 가면서 당대 종교개혁의 기수 루터에 의한 사상적 영향으로 미술소재적인 측면에서 중세를 탈피하는 듯한 변화가 생기고,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원근법과 인체비례법을을 익혀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다. 특히 뒤러는 원근법과 인체비례에 관한 미술이론서적도 남겼다.

둘째, 뒤러의 작품은 당대의 공방작업적 제작관습을 반영하고 있다. 당대의 거물 미술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뒤러도 공방을 통한 일종의 집단창작시스템을 운영했다. 특히 뒤러의 작품은 판화가 많은 이유로 뒤러가 밑그림을 은필소묘하면 그의 제자들이 판화를 새기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직접 동판,목판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요즘의 만화제작공방과 시스템적으로 유사점이 있다. 미술이 순전히 개인적인 고뇌와 창작의 소산으로 떠오른 것은 역사상으로 훨씬 이후의 일이다.

셋째, 뒤러의 미술세계는 당대의 문화적,사회적인 영향아래 놓여있다. 중세와 르네상스기 유럽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뒤러의 미술세계 역시 침윤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재와 주제적인 측면에서 뒤러 작품의 70%는 기독교적인 것이고, 그 나머지는 르네상스기에 부흥한 그리스,로마고전적 소재들이다. 가령 헤라클레스나 포세이돈 같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이 소재로 채택되었다. 그 외에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과 같은 고대의 사상가들에게서 영향받은 작품들도 다수 있다.

넷째, 뒤러 작품의 물질적,테크닉적 측면이다. 뒤러는 색채에는 감각이 없는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고 할 정도로 색을 사용하지 않는 작품들을 많이 제작했다. 끌을 사용하여 새기고 찍어낸 흑백의 판화가 뒤러 작품세계의 정수이기도 하다. 그리고, 판화인 탓에 여러 점을 찍은 경우도 많아서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이 남아있다. 한편, 르네상스기로 들어가면서 많은 미술가들처럼 뒤러도 인체비례와 원근을 측량하는 도구들을 많이 사용하였고, 당대의 기하학과 수학에도 능통하였다.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는 쉽게 읽을 수 잇는 가벼운 읽을거리는 아니다. 이번에 한길아트에서 독자가 쉽게 접근하도록 책의 판형을 줄여서 출간을 하였지만 여전히 담은 내용은 상당히 전문적이고 묵직하다. 그러나, 판형을 줄였다고 책에 담은 작품들의 감상성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 워낙에 주요작품이 흑백의 판화라서 책이 칼라인쇄가 아닌 점에도 작품의 감상성은 별로 영향받지 않았다.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는 미술대가의 작품과 그 세계에 관심이 있는 교양있는 독자라면 다가오는 추석연휴에 한번쯤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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