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책임 투자 - 좋은 세상 만들며 투자 이익 올리기
에이미 도미니 지음, 구홍표 외 옮김 / 필맥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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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Socialliy Responsible Investing : SRI)'라는 용어는 이제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화 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 방식의 펀드는 얼마 전 매스컴을 오르내린 '장하성 펀드', 국내 효시 격인 2001년도 삼성투신운용에서 발매한 '에코펀드' 등 국내에도 그 비율이 제법 되고, 미국에서는 전체펀드시장의 12.5%를 사회책임투자 방식의 펀드가 차지한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환경운동, 소수자보호운동이 사회책임투자 방식의 펀드투자와 결합하기도 한다.

대체로 국내에서 '사회책임투자'는 그러한 방식을 채택하는 펀드로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그 이론을 자세히 알아보면 그 외에도 많은 투자와 활동방법이 '사회책임투자(SRI)'에 포괄된다. 가끔 매스컴에 소개되는 대안은행, 사회연대은행도 '사회책임투자'의 한 방법론이며, 고려대 경영학과 장하성 교수와 참여연대의 활동으로 많이 알려진 대표소송, 주주총회참가투쟁도 '사회책임투자'의 한 방법론이다.

<사회책임투자>의 저자인 '에이미 도미니'는 여성 펀드매니저로 시작하여 현재는 CEO, 사회운동가,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저자 이름을 내건 대규모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 '도미니 400사회지수'라는 지수로도 유명하다.

참고로, 이 지수는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일정한 기준으로 평가하여 사회책임성을 담보하여 내는 기업만을 편입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지수로는 다우존스의 "지속가능지수" 등이 있는데, 단순히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평판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최초의 '사회책임투자'는 1920년대 미국 감리교의 술, 담배, 도박, 무기 제조 기업을 배척하는 윤리적 투자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그리하여 1980년대에는 아파르헤이트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회책임투자펀드들과 민주적 국가의 연합적 노력으로 자유총선거를 이끌어내어 노동 착취적, 인종 차별적 독재를 종식한 바 있다.

에이미 도미니는 <사회책임투자(SRI)>에서 사회책임투자를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세 가지란 1) 투자포트폴리오 스크리닝, 2) 기업과의 직접대화, 3) 지역사회개발금융기관 투자이다. 그 중에서 투자포트폴리오 스크리닝은 다시 네거티브 스크리닝과 포지티브 스크리닝의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사회책임투자의 구체적 사례와 다양한 기준(반인종차별, 소비자보호, 환경보호, 반여성차별, 반동물학대 등)에 의해 선정된 우수한 기업들의 면면과 그 반대의 경우들에 대한 궁금점의 해소는 독자들의 몫으로 돌리고, 여기서는 위의 세 방법을 중심으로 '사회책임투자'를 소개하는데에 그치겠다.

첫 번째 사회책임투자의 방법론은 '투자포트폴리오 스크리닝(Investing-Portfolio Screening)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재무관리에서 소개되는 투자기법처럼 세련되게 다듬어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훌륭한 방법론이자 철학이다.

간단히 말하면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에서 일정한 기준을 불만족 시키는 기업들을 제외(Negative-Screening)하거나, 일정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기업만을 포함(Positive-Sreening)하는 것이다. 가령 환경펀드라는 펀드가 있다면, 평가에 의해서 환경오염기업, 공해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즉, 배제하는 것이다.

반면, 여성을 우대하는 기업과 유색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기업을 선별하여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설립한다. 사회책임투자에서는 '투자포트폴리오 스크리닝'을 가장 강조하며 투자금액을 넘어서는 사회적 파급력과 기업에 끼치는 영향력을 중시한다.

두 번째 사회책임투자의 방법론은 '기업과의 직접대화'이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방법이 아주 많다. 기업의 CEO에게 편지를 띄우거나 감사보고서를 요구하거나, 면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구체적 안건을 내거나 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투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관련법률상 일정한 주식비율이 되어야 하므로 주주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연대를 하여야 한다. 특정한 기업에 대해서 중요한 이슈나 요구가 있을 때 단순히 주주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만으로도 주장을 확산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해서 태광그룹의 주 기업인 '대한합섬'의 주식을 소규모 사들인 후 주주들과 연대를 모색하고 경영진 측과 직접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태광의 후진적 경영 관행,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직접대화' 방법론은 첫 번째의 '스크리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소위 찍힌 기업들은 소유권 방어에 전전긍긍하느라 고생할 것 같다.

세 번째 사회책임투자의 방법론은 '지역사회개발금융기관에의 투자'이다. 이 방식은 주로 사회빈곤층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자립을 위한 자금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일반인들의 직접투자이다. 지역사회개발금융기관에 일정한 금액을 예치를 하면 투자자에게는 일반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는 것처럼 원금보존과 이자가 발생하고, 그 돈을 대출받는 대출자들에게는 신용창조의 원리에 의해서 최초 예치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대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통계에 의하면 빈곤층의 대출금상환율은 일반 금융기관의 대출금상환율을 웃돈다고 한다. 자금이 워낙 절실해서 거기에 요구되는 신용도 유지에도 철저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연대은행' 등의 지역사회개발금융기관이 IMF 이후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사회빈곤층을 위한 지역사회개발금융기관의 설립과 투자는 종교기관이 주도하는 자선과 기부행위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책 이름과 똑같은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안내 해설서이다. 비록 국내 사례는 없지만 풍부한 사례와 자료가 소개되어 있고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일반인들도 '사회책임투자'의 유례와 역사적 전개, 개념, 그 이론과 방법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가 <사회책임투자>에서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사회책임투자'는 자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책임투자'를 통해서 선행과 올바른 일을 하면서도 투자자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행에서 이익을 창출을 하려는 것이 언뜻 야박해 보이고 종교적 기부행위가 성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책임투자'를 통해서는 정치적인 차원에서의 개선행위까지 가능하게 한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환경운동, 노동착취기업에 대한 응징, 빈민운동, 군산복합체에 대한 거부, 여성운동, 반인종차별, 소비자운동 등 다행한 정치적 의사표현과 투자적 행위의 결합, 더 나은 세상에 기여, 여기에 '사회책임투자'의 진면목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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