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의 마에스트로 백남준 vs 팝아트의 마이더스 앤디 워홀 교양문고 VS 시리즈
김광우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숨비소리'라는 이름의 작은 출판사가 있다.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2002년에 출판등록을 하였지만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이 작은 출판사에서 최근 작은 책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인데, 현대문화,정치,사상사의 대비되는 두 인물들을 함께 엮어서 해설한 씨리즈이다. 현재, 비틀즈 대 밥 딜런,체 게바라 대 마오쩌둥,김수영 대 신동엽 등이 출판되었고,디즈니 대 하야오,장준하 대 박정희,하이데거 대 비트겐슈타인 등이 준비중이라고 한다.

<비디오아트의 마에스트로 백남준 vs 팝아트의 마이더스 앤디워홀>이라는 긴 제목의 책도 그 씨리즈 중의 하나인 작은 책이다. 정말 얇고 작은 책이지만 현대 예술을 대표하는 두 거장, 백남준과 앤디 워홀의 예술세계와 그 뒷배경(백그라운드)을 잘 해설하고 있어서 모던아트, 특히 백남준과 앤디 워홀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입문서가 될 것 같다.

저자 김광우는 뉴욕에서 철학과 미술을 전공하여, 현대미술과 미술사에 빠삭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특히 모던아트에서 파리를 앞지르고, 백남준과 앤디 워홀의 주요 활동 무대이기도 한 뉴욕에 대해서도 사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뉴욕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폴록,워홀,뒤샹을 주제로 씨리즈로 책을 간행하기도 했는데, 이 책들은 21세기 최고의 예술철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 이후>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는다. 그 외 마네,모네,뭉크,쉴레,클림트 등을 다룬저서들이 있다.

<비디오...>는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에서는 두 거장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된 뉴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고, 두 번째 장에서는 두 거장의 신예시기를 다루며, 세 번째 장에서는 두 거장의 전성기의 예술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 간략한 맺는글로 두 거장의 작품세계를 비교조망하고 있다.

<비디오...>의 참 아쉬운 점 한 가지는 기존의 미술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작품 사진이 약하다는 것이다. 인용된 사진의 수도 적고 인용된 것도 사진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종의 입문서라는 것을 감안하면, 독서 도중이나 독서 후에 도서관 등지에서 화집을 한 번 펼쳐 보는 수고로움은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백남준과 앤디 워홀은 서로 만나거나 인터뷰 등에서 서로를 언급한 적은 없다. 알려진 자료 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 같은 공간에서 활동을 하였고, 작품 세계에 있어서도 차이는 있지만 현실에 대해서 일정한 발언을 한다던지, 모던아트에 있어서 한 사람은 비디오아트와 퍼포먼스로, 다른 한 사람은 팝아트로 자리매김을 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두 거장의 개별적 작품세계와 상이점에 대해서는 관심있는 독자에게 맞기고 본 글에서는 두 거장의 유사점에 대해서 몇 가지 간단한 소개를 해 보겠다.

첫째, 두 거장은 기존 예술계의 주류를 이끌던 흐름에 대해서 반동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장르를 창시한 작가라는 점이다. 앤디 워홀은 당시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에 일정한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곧 탈피하여 일군의 작가들과 소위 팝아트,뉴리얼리즘으로 불리는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그리고, 백남준은 그간의 일채의 예술행위(미술, 음악 망라해서 전면적으로)를 거부한 플럭서스 운동의 주도적 인물이다. 백남준이 본격적으로 비디오아트를 창시하기 전에 행한 잇단 퍼포먼스들은 대중과 지식인들의 통념,예술관 등을 깨는 전위예술적인 성격의 것이였다.

둘째, 두 거장은 비개성적 예술을 추구하였다는 것이다. 비개성적 예술관은 두 거장에게 공통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던 존 케이지의 "예술의 목적은 예술과 인생의 구별을 흐리게 하는 데 있다. 인생은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며,창조 안에서 진전을 암시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인생 그대로를 단순히 깨어 있는 것으로 자각할 수만 있다면 최선이다"라는 말에 잘 압축이 되어있다.

즉, 형이상학적이지도 않고, 비인본주의적이지는 않지만 결코 인간주의에만 경도되지도 않는 예술세계인 것이다. 그리고, 두 거장은 그것이 자본주의와 상업주의가 되었건, 대중매체에 대한 비판이 되었건 간에 현실에 대한 말걸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셋째, 두 거장은 현대 과학의 기술과 테크닉을 예술에 적극 도입하였다. 앤디 워홀은 일종의 복사기술인 실크스크린을 미술에 적즉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의 예술세계의 독자적인 경지에 이르게까지 하였고, 백남준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처럼 TV와 캠코더를 이용한 비디오아트를 창시하였다. 책을 읽다보면 백남준의 테크놀로지의 응용능력은 단순한 아티스트를 넘어선 기술전문가 수준에 가까워 놀랍기까지 하였다. 이런 두 거장의 테크놀로지에의 경도는 이후 홀로그래픽아트,컴퓨터아트,커뮤니케이션아트 등의 막을 올리는 선구자 역할이 되기도 하였다.

넷째, 두 거장의 예술작업은 현실참여적이거나 현실비판적이 측면이 있는 반면에, 현실에 순응하고 철저히 동화한 이중적인 측면도 있다. 앤디 워홀의 경우, 현대 미국의 여러 병리현상과 대중 문화를 비판하는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순수예술인으로서는 지나치게 상업미술과 대중예술에 경도 하였고, 백남준의 경우도 최초의 대중매체 비판적인 예술세계가 매체탐닉적 예술세계로 변화하였고, 1980년대 한국의 5공화국 정부와 문화적으로 일정한 유대를 가졌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두 예술인의 예술세계는 자본주의하 예술의 일정한 한계지움을 드러낸다.

이상 <비디오...>과 두 거장의 예술적 특성을 소개하였다. 두 거장은 모던아트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예술사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비록, 전위예술 등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본주의적 예술환경에서는 예술도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적 세계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동화하고 적어도 일정한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업적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창의성이 위대하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한 번 정도 백남준과 앤디 워홀, 앤디 워홀과 백남준,두 거장의 예술세계를 탐험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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