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머신 - 머신토피아 또는 권력의 비밀에 관한 보고서
데릭 젠슨.조지 드래펀 지음, 신현승 옮김 / 한겨레출판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참 역설적인 제목이다. 기계세계로 환영(Welcome to the Machine)을 한다니. 하지만 <웰컴 투 머신>은 오히려 세상의 모든 기계를 다 때려 부시고, 자연과 인간과 더불어 살자는 신러다이트(Neo-luddite)에 관한 책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 자본주의하에서 자본과 권력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과 생물들을 감시,통제하는 전자감시체제에 대한 고발서이다.

공동저자인 '데릭 젠슨'은 미국의 어느 소도시에서 마치 <윌든>을 저술한 쏘로우처럼 은거하며, 학생들이나 감옥의 수감자 등을 대상으로 교사노릇을 하기도 하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주제로 하는 책을 출간하기도 한 사람이다. 또 다른 저자인 '조지 드래펀'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고 단지 약력에 산림환경운동가 겸 목수로만 소개되어 있다.

<웰컴 투 머신>은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자본주의 세계를 비판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표현들에 의하면 마르크스보다는 베버의 이론들을 많이 공부하였고, 베버이론의 가장 유명한 테마인 '관료제'라는 입장에서 현사회를 비판하였다고 한다. <웰컴 투 머신>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현 사회의 지배권력층은 지배의 효율성을 위해 관료주의를 채택하였고 그 관료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낳은 시민통제 수단이 각종 전자감시통제체제라는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머신(machine)'이다.

저자가 예로 드는 '머신'은 '산업자본주의,관료제'와 같은 시스템차원에서부터, 18세기 경제학자 제레미 벤담에게서 시발한 감옥의 원리인 '판옵티콘',CCTV,RFID(전자태그,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감시위성과 애셜런조직,DARP,내비게이션과 추적장치,보안카드,인터넷사용 ID와 비밀번호,피부에 삽입하는 미세칩,각종광학장치,극소바이오기술,초군인 등 그 범위나 차원에서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그 목적도 군사적이거나 정치적인 것은 물론, 시민사회의 통제나 범죄자의 색출 그리고 다국적기업의 데이타베이스 구축을 위한 것 등 다양하다.

이 전자감시통제시스템도 몇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첫째, 명백한 감시와 통제를 위하여 개발되고 사용되는 것들이다. 주로, 군사적 정치적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언제나 시민사회의 통제나 개인의 사생활 감시로 전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예로는 감시위성과 세계적인 도청감청조직인 애셜런,DARP,국가정보기관(CIA,FBI 등)등이다. 애셜런의 통화기록,이메일송수신기록,도청기록 등 방대한 데이타베이스에는 법률적 통제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민간인들의 일반 데이타가 남아있어서, 유럽의 어느 연인간의 폰섹스 기록이 공개되어 버린 적도 있다고 한다.

둘째, 주로 범죄자나 폭력행위 등의 통제를 위해 개발된 것들인데, CCTV,네비게이션 등 기록을 남기는 각종 탐사장치,각종추적장치 등이다. 이런 '머신'에는 범법자를 처벌하기위함이며, '당신이 선량한 시민이라면'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하지만, 범법과 선량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존재하며, 공권력의 자의적 판단과 남용에 이 '머신'들이 도구로서 이용될 소지는 언제나 남아있다. <웰컴 투 머신>에서는 다국적기업 맥도날드에 대한 환경주의자들의 시위와 관련하여 어느 시민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가상으로 쓴 것이 하나 있는데, 공권력과 자본이 결합하였을 경우 평범한 개인이 얼마나 황망하게 '당할' 수 있는가 하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셋째, 다국적기업과 자본측에서 이윤증식을 위해 사용하는 '머신'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RFID(옷등의 상품에 삽입되는 미세장치로서 상품이 어디에 있건 폐기될 때 까지는 위치를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가령,내가 RFID가 삽입된 양복을 입고 반체제적인 시위나 모임에 간다면 그 기록은 영원히 다국적기업의 컴퓨터에 남는다.이미 산업에서 대량사용되고 있다.),인터넷에서 각종 싸이트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ID와 비밀번호,피부에 삽입되는 칩 등이다. 이런 장비들은 많일 과학과 기술이 가치중립적이기만 하다면 생산성증대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겠지만 뜻 밖의 용도로 이용될 소지는 항상 상존한다. 그리고, 원론적으로 볼 때에도 RFID,인터넷사용기록 등의 통계적 처리를 이용해서 기업의 이윤이 증가하는 경우 그 중 얼만큼이나 소비자들에게 배분이 될까하는 회의를 해볼 수 있다.

넷째, 소위 판옵티콘의 원리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18세기 유명한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담에 의해 고안된 것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근대 자본주의 권력의 감시원리로 해독한 것이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들뢰드의 책이나, 일본의 저명한 비평가 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에 의해서 '환경관리형 권력'으로 까지 확장된다. 네번째의 전자감시통체제는 소위 '보안화'에 관한 것으로 보안카드,생체인식기술,자본주의적 감시원리 등이 포함된다. 감시와 통제기술이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하고 조직에 대한 위해를 감시,통제한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언제나 인간성 황폐화와 사생활 침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감시 등의 부정적 기능도 있다.

풍부한 사례를 갖춘 <웰컴 투 머신>이지만, 사실 저자가 언급하는 일들이 평범하고 선량한 나와 우리들에게 일어날까하는 의구심마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그 가능성과 개연성들을 끝까지 밀고 올라가서,'당신들'에게도 무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다.세계에는 우리가 알 지 못하는 곳에서 작동하지만 우리에게 끊임없이 그리고, 막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권력의 도구들이 아주 많다. 그것이 바로 '머신(machine)'이다. 당신을 머신의 세계로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