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질서를 리드하는 유럽합중국
T.R.리드 지음, 김정혜 옮김, 이호근 감수 / 한언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유럽합중국>은 정통의 학술서적이나 유럽통합에 관한 르포타지라기 보다는 신문이나 잡지의 외교면 해설기사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워싱턴포스트>지에서 오랜동안 기자생활을 한 저자 T.R.리드의 글쓰기나 기획,문체의 개성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유럽합중국>에서는 유럽연합이 탄생하기까지 유럽석탄공동체,유럽경제지대 등의 일련의 과정을 겪는 동안의 일들에 비교적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각 단계별 통합을 거쳐 인구 5억의 단일통화권이 되기까지 공헌한 유럽의 정치,경제지도자들의 퍼스낼리티와 업적을 소개하는데에도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다.

하지만 <유럽합중국>의 참 재미있게 독서할 포인트는 저자자신이 미국인이면서도 '무식하고 답답한' 미국인 대다수들이 유럽통합의 위력이나 유럽연합의 세계사적 의미를 너무나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폄하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런 저자마저도 미국인이라는 한계에 갇혀 유럽과 세계경제의 블럭화 경향를 참으로 오만하게도 해석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하튼 흥미로운 독서의 경험이 되었다.

유럽통합과 세계적인 블럭화추세의 의미들

<유럽합중국>을 비롯한 지구촌적인 변화에 관한 책들,신문의 국제면을 읽으면서 늘 생각이 드는 것이 하나있다. 이런 변화들의 단일한 의미는 무엇일까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는 미국의 국가패권주의? 아니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세력으로 등장하는 유럽연합, 중국의 등장? 사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논의는 미국의 이라크침공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그런 논의는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적인 특성에 기인하는 탓인지 중심을 훑지 못하고 산만하게 분산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러한 논의들의 핵심이다. <유럽합중국>의 독해에서도 결국 읽게되는 것은 유럽연합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제국에 대한 안티테제의 가능성으로서의 유럽연합이다. 그건 중국(또는 중화공동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한국이 속한 동북아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향후 어떻게 자리매김하면서 동북아공동체가 형성될까하는 점으로 귀결된다.

글을 마치며

그 이름과 내용은 다르지만 유럽의 통합은 한반도의 통일을 연상시킨다. 그 통일의 형식에 대해서 그간 연합체,연방제,영세중립국제 등의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그리고 요즘 각종 매체에서 떠들어 대는 것은 통일자체보다는 북한을 어떻게 포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다. 물론, 거기에는 미국이 반드시 등장한다.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공동체형성 그리고 거기서 정말 배제시키고 싶은 미국이라는 존재. 그런 것들에 대해서 책을 읽은 후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럽도 NATO라는 이름으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고, 유럽의 통합에 대해서도 미국이 중립적인 태도와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한반도와의 공통점이다. 그런 공통점을 한 번 생각해 보면서 글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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