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대중심리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3
빌헬름 라이히 지음, 황선길 옮김 / 그린비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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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의 대중심리>는 개인적으로 구하려고 무척 애를 먹었던 책이다. 1990년대 초엽 대학재학시절 어떤 선배의 소개로 처음 읽어보려고 했을 때는 아직 금서목록에서 내려오지 않아서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그리고,2000년 무렵 어느 신문에선가 서평을 보고 다시 기억이 나서 구입을 하려고 대학가 사회과학서점엘 갔을 때는 서점 주인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며 그런 책 보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도저히 이애가 가지 않았는데 그만큼 빌헬름 라이히에 관해서는 일반 대중이 아닌 지식인 사이에서도 편견의 벽이 높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여하튼 올해가 되어서 1940년대 독일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을 뜻밖에도 집근처 도서관에서 짱짱한 신간으로 구해서 읽게 되었다.그 때 기분은 감개무량하기까지 했다.

<파시즘과 대중심리>에서 빌헬름 라이히는 왜 노동대중이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에게 표를 찍고 쿠데타도 아닌 합법적인 선거로 집권을 시켰냐는 문제에 천작하고 있다. 라이히에 의하면 그것은 파시스트의 여론조작에 놀아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경쟁정당이였던 사회민주당의 무능때문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소위 말하는 <대중의 성격구조>에서 기인하는 자발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대중은 자신들에게 억압을 가하리라고 예상을 하는 파시스트들의 집권을 스스로 욕망하여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그럼, 그 욕망의 뿌리는 무엇인가? 라이히에 의하면 그것은 대중이 태어나고 자라난 가부장제 가족구조에서 확대재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이진경의 프로이트적 해설을 조금 인용하여 설명하면 개인은 가정에서 엄마를 욕망하고 그 욕망은 아버지에 의해서 거세를 당할 수도 있다는 억압을 당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억압적이며 봉건적인 가족구조에서 성장한 대중들은 마치 매조히즘인 인간형으로양성이 되어 지배구조에 복종하며 그 복종에서 만족과 쾌락을 얻는다는 것이다.

라이히는 그런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 <노동민주주의>를 주장하고 그런 생각에 동참하는 일군의 사람들과 실천에 옮기기도 했으나 그 자신의 책에서도 그렇고 다른 자료들을 봐도 그렇고 별로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한 것 같다. 실제로 그의 말년은 대단히 불우해서 자신의 생각들을 실천해 보려다가 라이히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공산당에서도 파문을 당하고,미국에 건너가서 오르곤 에너지라는 것을 연구하는 실험을 하다가 투옥되어 60세의 나이로 옥사를 한다.

최근 몇 년 한국사회에서는 대중들의 열정이 들끓었던 사건이 많았다. 월드컵열풍과 붉은악마, 미군장갑차사건, 황우석파동,대통령탄핵사건,독도분쟁 그리고 최근 지자체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압승. 그런 사건들을 단지 여론조작이나 대중들의 광적 선택이나 실수의 결과로 돌리기에는 해석상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런 사건들을 보면서 주체적 존재로서의 대중과 자기의사결정을 하는 대중이라는 관점을 겨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라이히에 의하면 대중의 오도된 선택은 가부장제 가족구조의 억압에 기인한 대중의 성격구조 탓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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