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세계의 일상성
앙리 르페브르 지음, 박정자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속을 빠져나가 일탈을 하려는 사람들을 늘 도처에서 본다. 술과 골프에 도박을 하는 사람도 있고, 먼 여행을 가는 사람도 있다. 잠시 짬을 내어 미술관으로 가거나 영화관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일상이라는 손아귀 속을 그리 쉽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보다 일상은 공기처럼 세계의 곳곳에 퍼져있어 일상의 안에 있는지 그 밖으로 나와 있는지 구분조차 할 수 없다.

 알리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은 유럽전역을 68혁명이 휩쓸기 전인 1967년도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1990년 민음사판으로 출간되었고, 올 해 다시 전면 재번역되어 출판 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탈현대)도 한물간 사조로 불리는 마당에 현대세계와 그 일상성을 논하다니 어떻게 보면 너무 구태의연한 책이 아닐까 생각도 들지만 이 책의 내용은 지금 읽어도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참고로 앙리 르페브르는 쟝 보드리야르의 스승이고 보드리야르는 그의 책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저서들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언어학과 기호학적인 관점에서 세계라는 텍스트를 논하고 있다. 특히 당대의 프랑스 문화,정치,경제를 배경으로 문학,광고,미술,사상  등을 일상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성이라는 것은 단지 부정정적이거나 긍정정적이거나 그렇다고 가치중립적인 것도 아니다. -저자는 실용주의와 논리실증주의와 같은 미국적 철학 사조는 철학의 파산으로 보고 경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상성이란 알튀셰르적인 관점에서의 하부토대나 상부구조와도 대비되는 세계의 본성같은 것이다. 세계가 중세를 지나 자본주의 사회에 진입하고, 그 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중세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적 강제와 착취의 문명속에서 여가와 자유라는 것을 얻게 되면서 일상성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역사진보와 일상성의 등장에 관한 몇 몇의 예를 들고나서 당대와 그 직전의 프랑스 문명과 문화의 중요 작품을 텍스트로 하여 일상성에 관한 분석을 하고 있다. 그 텍스트에는 플로베르의 소설과 피카소의 회화도 있고 현대 광고물도 포함된다. 그리고 저자는 언어학적 기호학적 개념과 분석을 참 많이도 사용하는데 이건 책의 서문에 역자가 너무나도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있어 여기서는 독자의 몫으로 넘기고 생략하겠다.

 일상성은 개인적으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이다. 일상은 그 자체로 사람들이 속해 있으면서 피해갈 수 없는 주객관적 현실을 구성해내며 일상을 배경으로 수 많은 문화유산이 창작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에서 개인적인 생존과 역사적 진보도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은 그런 점에서 일상성에 대한 과학적 해명과 해석을 명쾌하게 제시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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