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 ROUTLEDGE Critical THINKERS(LP) 7
애덤 로버츠 지음, 곽상순 옮김 / 앨피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레드릭 제임슨은 영미권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평론가이다. 그는 미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일관된 마르크스주의 평론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데리다나 들뢰즈 등과 동등한 반열에 오르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많은 논문, 저서를 남겼지만 가장 영향력있는 저서는 <정치적 무의식>과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애덤 로버츠의 <트랜스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스>도 이 두 책을 중심으로 프레드릭 제임슨의 이론들과 비평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의 분석과 이론이 인종학적으로 영미권 백인들의 문학을 중심텍스트로 하여 전개된다는 이유로 '오리엔탈리즘'적인 것으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영미권 출신의 백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문화권을 지적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최근 영화비평작업에서는 아시아영화를 취급하는 것이 일부 있기도 하다.

프로이드와 마르크스를 이어주는 다리, <정치적 무의식>

영미권, 또는 더 넓게 유럽계통의 이론사조에서 오랜 숙제중의 하나가 있다. 그것은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의 다리를 놓는 것이다. 각각 개별적으로는 중요한 업적이며 후대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프로이트는 미시세계인 개인과 가정에, 마르크스는 거시세계인 역사와 사회에 자신들의 연구의 포인트를 잡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론가들이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연결시켜 보려고 노력하였고, 프레드릭 제임슨은 그 시도로서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다. 이 책은 주로 서구의 모더니즘 문학연구를 역사적이거나 사회경제적인 맥락에서 마르크스주의적으로 한 책이다.

마르크스주의에 상당히 경도되어서 모더니즘, 리얼리즘과 같은 서구의 문학을 연구하고, 그 문학연구를 경유하여 미시세계인 개인과 가족이라는 곳, 즉 프로이트적인 공간을 연구한 책이다.

아직, 국내에는 대부분의 프레드릭 제임슨의 책처럼 번역조차 안되어 있어서 영문학 전공자들이 원서로 읽어낸다고 한다. 하지만, 프레드릭 제임슨은 자신의 책을 의도적으로 너무나 난해하게 쓰는 것 또한 정평이 나있다. 그래서, 많은 국내의 프레드릭 제임슨 연구자들이 골탕을 먹기도 한다고 한다.

헤겔과 알튀셰의 중간을 매개하는 마르크스주의자

프레드릭 제임슨하면 역시 마르크스주의자라는 그의 평판을 놓칠 수가 없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때론 헤겔적인 총체성의 이론가라고도 불리는데, 역사와 사회라는 굵직굵직한 거대서사로서 개인을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프레드릭 제임슨은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적국가장치'와 '억압적국가장치', 토대의 결정에 대한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 토대의 최종심급에서의 결정 등의 개념으로 국내에서도 마르크스주의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설지 않은 프랑스의 공산주의 철학자 알튀셰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다.

대체로 프레드릭 제임슨의 이론들은 헤겔을 경유한 마르크스주의인 역사의 합목적성의 세계와 알튀셰 이론의 중간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스의 토대결정을 승인하면서도 알튀셰의 상부구조의 자율성도 인정하는 피상적으로 보면 이중적이기까지도 한 것이 프레드릭 제임슨의 이론세계이다.

그리고, 프레드릭 제임슨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프랑크프루트학파와 샤르트르인데 호르크하이머의 자본주의 문화산업비판과 샤르트르의 실존주의사상에서 프레드릭 제임슨의 초기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

피상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저서를 내놓았을 때는 상당히 뚱딴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좌파의 우파로의 전향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야말로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거대서사와 거대담론,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총체성을 철저히 배격하는 사조이기 때문이다. 사실 <트랜스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에서도 그 부분은 명확하지가 않다. 정치적 무의식을 연구하던 마르크스주의자가 왜 포스트모더니즘에 심취하게 되고 대표적 이론가가 되었는지.

그런데,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면 원래 문학평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이 모더니즘연구 등에 집중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모더니즘의 안티테제이자 신테제이기도 한 포스트모더니즘 연구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최초 사용한 사람은 이집트 출신의 미국이론가 하산이다. 그에 의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가 최초 사용되고, 나름대로 많은 개념화도 이루어지지만 본격적으로 이론적인 모습을 갖춘것은 리요타르,하버마스 등에 의해서다.

특히 리요타르의 작은 책 <포스트모던의 조건>은 국내에도 번역 소개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그외 하버마스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는 재독한인철학자 송두율씨에 의해 국내에는 최초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프레드릭 제임슨의 이론은 국내에서 영향력이 덜해서 깊이없음(depthlessness), 혼성모방 등의 용어가 알려진 정도다. 그의 저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정치적 무의식>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국내 미번역상태다. 만일 그의 저서들을 보다 직접적으로 읽게 된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보다 급진적인 것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마르크스주자이자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또는 탁월한 문화평론가이기도 한 프레드릭 제임슨의 글들을 쉽게 그리고 자주 접근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