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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잔혹한 범죄를 맞이할 때, 우리는 그이가 원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악한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약하고 또 잔인하다. 성격은 상황에 따라 바뀌고, 상황에 따라 바뀐 성격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우리를 이끈다. 그렇게 운명은 우리를 갑자기 저 낭떠러지로 내팽겨친다.
소설 '심플플랜'은 평범한 사람들이 마주친 엄청난 행운과, 그 행운이 초래한 파국을 빠르고 집요하게 그린다. 고백하자면 읽다가 가슴이 떨려 몇 번이나 책장을 덮어야 했다. 다시 책장을 펼치면 멈추지 않은 공포, 그 공포의 근원은 타인이 아닌 오로지 나의 본성, 더 나아가면 우리가 가지는 '평범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인물들은 미국소설임에도 지극히 우리의 이웃과 닮아있다. 그 이웃은 티비 공익광고에 나오는 환한 미소에 잘 차려입은 갑남을녀가 아니다.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잊어버리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진짜 이웃, 불편하고 더러우며 실패자라고 생각하는, 아니면 너무 평범해서 존재 자체를 모르가 살던 이웃이다.
작가는 그 이웃들을 그리며 우리의 내면 깊숙한 악을 끄집어낸다. '너도 그럴 거야. 맞지?'라고 속삭이는 듯 하다. 더욱 무서운 것은 작가의 뱀 같은 치밀함에 결국 '예'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무기력함이다.
이런 소설을 읽고 나면 그 어떤 심리학 도서보다도 더 많이 인간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저 눈 밝은 이들이, 누구보다도 상상력이 뛰어나고, 그 상상력 때문에 또 누구보다도 많은 알코올과 니코틴과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는 저 작가들이 펼쳐놓은 세계가, 가장 인간의 진실에 가까이 닿아 있음을 우리는 문학의 질긴 생명력을 통해 이미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생명력은 밝음이 아닌 어두움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우리의 의식 위로 살짝 드러난 미소가 아닌, 미소가 지나고 간 뒤 오래 머무는 무표정 속에,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망망대해와 같은 심연 속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잊지 말라고. 우리는 그런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진짜 우리를 마주할 때 우리는 몸서리친다. 그 몸서리침, 바로 소설 '심플플랜'이 정조준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