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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랜덤 워크 - 영화와 음악으로 쓴 이 남자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 <환생 Dead Again>에서 담배를 종이에 말아 피고 있는 엔디 가르시아에게 엠마 톤슨이 묻는다.
"왜 그렇게 불편한 담배를 피우시죠?"
"이렇게 하면, 담배를 좀 덜 피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서 담배를 덜 피게 되셨나요?"
"아니요, 담배를 마는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핑계를 찾다보면, 새로운 기술이 생기는 법이다. 그래서 장가 못간 노총각의 통장엔 잔고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불만은 없다.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네 돈이 아니다. 네가 쓴 돈이 네 돈이지." P. 60
SBS FM의 DJ 김창완 선생은 언젠가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겨울이 좋은 이유는 '춥다'라는 것 밖에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P. 180.
DVD 플레이어를 구입하던 날, 첫 상영 작품으로 왕가위의 <동사서독 Ashes of Time>을 골랐다. '시간의 재'라고 명명된 이 영화는 칼집에서 칼을 뽑는 횟수보다, 끝없이 대화와 독백을 이어 만든 이상한 무협물이었다. 지루한 선문답과 해석되지 않는 단어들에 지쳐 갈 때쯤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장만옥이 등장했다. 붉은 입술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느껴지던 그녀는 애써 눈물을 감추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생에 실패했어요...... 가장 아름답던 시절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지 못했으니까요." PP. 227~228.
김태훈의 수필집. 저자의 호불호와 취미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면 정확하다. 다양한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저자에게서 나와의 공통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두가 명확한 주제와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살 필요는 없다. 랜덤 워크. 조금은 엇나가더라도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