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PR - 생생한 PR 현장 이야기
김경해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대한 설명부터 하자.  PR이란 말은 물론 Public Relation이란 영문 단어의 머리글자 조합이며, 우리말로도 그냥 ‘피알’이라고 그대로 발음한다는 것, 대외적인 광고/홍보를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영문법을 깊이 공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let’s'로 시작하는 구문의 다음 단어는 동사 원형만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 제목은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하는 좀 엉뚱한 이러한 의문은,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단어에 새로운 용례를 만들어내어 일반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저자의 의도를 읽고 나서야 풀리게 된다.  ‘복사하다’라는 동사의 의미로 자사의 브랜드가 쓰이기를 희망하는 Xerox나, 특급배송이란 의미의 대명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DHL의 사례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해하기가 더욱 쉬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KT에서 자사 브랜드와 Let's를 결합한 문자를 고유 브랜드처럼 모든 홍보문에 함께 싣고 있으니, 평생을 PR 컨설팅에 종사해 온 저자의 입장이라면 한번쯤 해보고픈 생각이 들 법한 말이다.  비록 그것이 일반화를 이루어 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해도.

전문가가 쓴 특정분야의 책은 당장 관련지식이 아쉬운 경우가 아니라면 흥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요즘 광고 분야는 젊은이들이 무척 선호하는 직종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단순히 광고(ad)가 아닌 PR에 대해서는 밑그림이 좀 더 크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인데 이 책은 비전공자, 비종사자인 나 같은 이들이 접하기에도 난해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이는 풍부한 예화와 더불어 PR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설명을 통해 그것의 필요성의 이해를 구하려는 저자의 일관된 글쓰기가 책 속에서 효과적으로 관철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 ‘Let's PR'의 본래 취지에 십분 공감하며 그것이 단순히 한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거나 종식시키기도 하는 등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에 놀라워하기만 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책에서 저자가 국내외의 예를 들기를 ‘논거’삼아 쓰고 있으니 나도 같은 방법으로 이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90년대에 ‘프로스펙스’라는 스포츠 브랜드를 가진 국제상사에서는 자사의 제품이 나이키나 아디다스같은 외국기업에 맞서는 한국산 브랜드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여자 정신대’라고 한자로 씌어진 어깨띠를 두른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유관순 열사를 연상시키는 소녀의 모습을 전면광고로 내세운 적이 있었다.

이른바 ‘애국심 마케팅’의 한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PR의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 소재가 소재이니만치 반향은 컸다.  문제는 그 광고가 기업이미지 개선과 매출 증대를 가져오는 본래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성공했는가 하는 점 일 텐데, 당시나 지금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것은 애초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요새도 꾸준히 하는 ‘최루성’ 기업 광고들을 비롯한 모든 PR은 그 자체로서 가치중립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PR자체는 방향성이 없다.  주체가 대상을 효과적으로 포섭할 수 있는 PR.  그것이 좋은 PR로 평가될 뿐, 그 자체에서 특기할 가치나 신념을 찾는다는 것은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려고 애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의미할 뿐이다.

이 말이 지나치게 신랄하게 읽혀지신다면 부탁건대 이 책의 2장 ‘마케팅 PR’ 편에 구구절절 실린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Bernays)와 아메리칸 타바코 회사(ATC)와의 ‘모범적인’ MPR이야기를 한 번 차분히 읽어주시기를.  남녀평등, 육체적 아름다움, 세련되고 자유분방한 이미지 들을 둘러쓰고 1930년대 미국의 여성흡연인구를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책은 “과일은 잇몸을 튼튼하게 하고 치아를 깨끗하게 하며 커피는 입술에 침을 돌게 하여 구강 청정제 역할을 하고, 담배는 입안을 소독해 주고 입안을 편안하게 만든다.”라는, 이전의 어느 공상과학 소설가들도 만들어낼 수 없었을 메시지를 얼굴한번 붉히지 않고 태연하게 창조해내는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MPR의 성공으로 의뢰인에게는 떼돈을 벌어주고 그 자신도 그 성공으로 ‘두둑한 보너스’를 받게 되었다는 ‘성공사례’ 정도까지만 소개되고 아무런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다른 성공사례로 넘어간다.  저자인 김 경해는 이러한 버네이스에 대해 창의저인 보다 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책 속에서 극찬하고 있다.  예단이나 비약이 아니라면 PR과 그것을 행하는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 하나하나에 대한 가치(personality)보다 publicity에 대한 절대적인 비교우위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리라.

  진실에서 멀기가 지구에서 명왕성거리쯤 되는 이러한 PR의 결과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흡연이 자신과 태어날 아기들에게까지 치명적으로 위험을 미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병들고 죽어갔는지는 베너이스와 외뢰인인 ATC는 물론이고 미국 PR협회가 공인하는 APR자격증을 가지고 있노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이 책의 저자 김 경해도 전혀 관심이 없다(여성 흡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정말 자세히 적고 싶으나 주제를 벗어난 일이 되겠기에 언급은 애써 참도록 한다).  마침 이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챕터의 제목이 ‘돈벌어주는 마케팅PR’이다.  아아, 정말 솔직하고 의미심장한 말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돈을 벌어주는’ 것이지 그 돈에 무슨 무고한 피가 묻어있는지가 아니다.  이것이 내가 다시 한번 깨달은 PR의 정체성의 다른 한 모습이다.  무어랄까.  평생을 종사한 직종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긍지에 불타오를 것 까지는 없지 않나 하고 점잖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김 경해는 책 속에서 PR의 주 목적은 물건을 팔거나 이념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 한다.  또 PR과 선전(propaganda)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선전은 설득을 위해 비윤리적 메시지나 파괴적인 주장을 멋대로 하지만 PR은 공중의 바람이나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며 윤리적인 제약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물론 이 말은 앞서 현기증 나게 추켜올린 PR계의 대선배 버네이스의 성공담과 명백히 배치되는 주장이며 이러한 모순에 대해서는 김 경해는 어떠한 다른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모든 원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금언을 읽는 이들이 알아서 떠올려주기를 기대라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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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민주주의 시대의 인터넷 활용 - 2003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은혜정 지음 / 한국방송진흥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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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내년 총선과 관련하여 일말의 도움이 될까? 하는 기대감에서 <전자민주주의 시대의 인터넷 활용>이라는 책을 골랐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현재진행형일 수 밖에 없는' 전자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도서들이 그리 흔치 않은 현실에서 그래도 가장 최근의 정보- 2002년 12월 31일 초판이 인쇄되었기에- 일것이라는 위안으로~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개념은 차치하더라도 2000년 총선연대에서 시도했던 '낙천낙선운동'을 시작으로 '노사모, 창사랑 등의 정치인 팬클럽' '민주당 국민경선' '촛불시위' 등의 [인터넷과 참여문화]에 대한 분석과 언급이 없어 정말이지 시기성없는 연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소한 한일공동 월드컵에서의 붉은악마 등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있다니.....정치는 사회적 환경과 무관한 것인가?

본문에서 인터넷 이용자 분석을 위한 설문분석들을 읽으면서 지난 6월에 발표되었던 [P세대 보고서]와는 너무도 다른 분석들에 고개를 갸웃하지않을 수 없었다.('P세대' - 적극적인 참여(Participation) 속에서 열정(Passion)과 힘(Power)을 바탕으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shifter)를 일으키는 세대) 저 또한 스스로 P세대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본문에서 핵심으로 거론된 [2002년 대통령 선거와 인터넷 이용자 분석]에도 상당 부분 동의하기 어려웠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 대한 분석이 이렇게 엉터리일까? 하는 의구심으로 본문을 읽어내려갔다.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시간이었다....

결론부분에 이르러서야 나는 나의 의구심에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 본문 125p 인용하자면 -
... 연구기간의 부족으로 인해 대통령 선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많은 사회적 변수가 작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의 기간이 10월로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는 후보단일화, 나아가 단일화 파기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이이 대한 격렬한 토론이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가 본 연구가 반영하지 못하고 다소 구태의연한 연구문제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시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바이다..... - 본문 중에서 -

'2002년 대통령선거와 인터넷 이용자 분석'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0월이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연구논문을 그럴싸한 제목으로 책을 출판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다소 구태의연한 연구문제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시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다소가 아니라 엄청난 문제점을 갖고 있는 연구 였고....출판시기에 연구논문의 가치가 상실했다면 도서출판은 보류되었어야 했다. 궂이 도서출판에 대한 저자의 욕심이 있었다면 온라인 서점에서 도서소개를 할때 저자 스스로 인정한 결론부분을 반드시 소개하므로써 2002년 대선에서의 분석이 아닌 2002년 10월이전까지의 분석임을 미리 알려야 할 것이다.

저자 스스로 [온라인을 통한 선거홍보와 인터넷 이용자연구]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부제는 독자를 현혹시키는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대학 학사논문 수준도 안되는 연구를 거창한 제목을 달아 책으로 펴낸 '한국방송영상상업진흥원'의 상업성에 내가 놀아난 느낌이다. KBI 연구 시리즈로 여러가지 책을 펴내는 모양인데 정말 독자들을 우롱하는 수준낮은 책은 펴지 마시길 당부한다. 저사 스스로 양심이 있다면 '절판을 권한다! ' 정말이다!

이 책에서 얻을 것은 딱 한가지! 전자민주주의 대한 많은 연구중에서 [네티즌의 참여]에 방점을 두려고 노력했다는 점! 하지만 이 부분도 2002년의 전반적인 사회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절름발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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