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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 2017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기호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평점 :
한정희와 나 이기호, 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소설 읽기의 장점_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
연이은 작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소설을 읽는 재미란, 내가 모르는 삶에 대해서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는 것에서 오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만약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보도, 주변 사람들의 얘기만 통해서 세상을 접한다면, 그 뉴스 주인공, 얘기의 주인공들이 회자되는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을때, 그가 대체 어느 정도로 아팠고, 어느 정도로 기뻤는지 우리는 조금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딱 우리가 경험한 만큼만 기억할 수 있을 것이고, 하잘것 없는 우리의 조그만 경험만을 토대로 타인의 아픔과 슬픔 고통 그리고 기쁨을 재단할 것이니 말이다. “너는 아마 이럴거야.” 라고 제멋대로 판단하면서.
하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고 있는 그대라면, 그대가 그 사건에서 느끼는 아픔과 고통과 슬픔과 기쁨 또한 내가 절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종류의 것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우리는 당시의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섣불리 재단하여 그와 대화함으로써 그의 마음에 생채기를 놓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럼으로 우리가 세상을 뉴스 보도나 신문 또는 옆사람의 이야기로만 접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설을 읽는 일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하는데에 굉장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써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속의 주인공들과 주변의 인물들이 내가 겪지 못했던 일들을 겪어내면서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지나쳐 오는지, 어떤 의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소설 속에서는 많은 부분이 상세하게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을 읽는 동안, 타인의 감정과 의식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이것은 우리가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내가 경험한 일에서 더 나아가서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서도 얼마간의 인식을 얻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p.37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순간 폭발하고 말았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과 해서는 안되는 말들을 아이에게 하고 말았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나는 내가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어린게 염치도 없이…”
=> 어린게 염치도 없다는 부분만 빼면, 나도 참 내 아이에게 가끔씩 하지 않아야 될 말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이제 안그래야지 생각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면 한정희는 자기 아빠나 엄마를 대신해서 자기를 키워주는 고모부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일테고…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어려운 것보다, 부모와 자식이 아니지만, 그런 비슷한 관계가 되면 그것은 더 어려운 것 같다.
p.113 정주는 문득 러시아워에 어깨를 부딪치거나 서로 발을 밟고 밟히는 사이였던, 다시 스쳐갈일이 없으며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 수천 수만의 얼굴들이 그리워졌다. 누구도 정주를 알지 못하며, 정주 또한 그들을 모르는 세계에서의 불안과,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나 실상은 아는 것이 없는 세계에서의 안식 가운데 선택을 요하는 문제에 불과했다.
=> 어떤 이들은 나에 대해서 자기가 굉장히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이 소설 속의 여자와 같이 어른들의 말에 피곤함을 느낀 적이 있지 않을까? 노인들, 시골, 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던 소설.
p.156 구두 매장에서 재고 물건들을 싸게 팔아치우는 걸로 먹고 살던 애가 얼굴 하나 반반한 걸로 거머쥘 수 있는 최고의 것이 결혼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새로이 우애를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시연을 알 수 없었다.
=> 내가 더 우위라고 생각했는데, 갸가 시집을 잘? 가면 꼭 저런 식으로 험담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가 못난 것을 남을 험담하는 것으로 보상받으려는 사람들
p.161 “네 그래도 제 식구가 뭘 어쩐 건 없으니 마음 푸세요, 어머니. 어머니 바람대로 저도 가족을 못 보고 가족도 저를 못봐요. 여기가 저의 현주소고, 전 전보다 더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사랑이 뭘 변화시킨다면 그걸 믿는 사람들과 함께이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속설에 불과한 거죠. 제 생각엔, 얻은 것뿐 아니라 잃은 걸 통해서도 사람들은 뭘 배우고자 하면 배워요. 지섭씨는 그걸 존중하는 사람이에요. 전 구두말고 다른 것도 잘 팔 수 있어요. 저도 잘하는 게 있어요 어머니. 저 사람들처럼요.”
=> 잃은 것을 통해서 배우는 게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그것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사람마다 다른 것이겠지만. 같은 일을 겪는다고 모두가 같은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니까.
p.195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 아이에게 결핍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일
p.206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활달함이랄까 생명력이 실은 무례와 상스러움의 다른 얼굴이었나 싶어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내 사촌언니 두 명이 한달 새 나란히 사고로 아이를 잃자, 엄마는 ‘어쩌다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며, ‘우리집안 죄 받았다 할까봐 부끄러워 어디가서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그것도 상복입은 사촌언니 앞에서, 엄마가 늙었나? 그새 분별력과 자제심을 잃었나? 얼굴이 달아올랐다.
=> 아, 이런 사람들 너무 많다. 그냥 무식해서 저러는 거라고 넘기면 되지만, 당사자에겐 은근하게 조용한 상처로 남는 다는 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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