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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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오찬호 지음


오찬호는 에릭남과 닮았는가?


지적 호기심이 분출되는 경험을 맛볼 수 있는 강의를 했던 남자


2017년 작년 인천 송도 해돋이 도서관에서 오찬호 박사의 강의를 몇주간에 걸쳐서 수강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야 비로소 나는 그가 kbs 서가식당, jtbc 말하는 대로 등에 출연하는 나름의 유명인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TV를 워낙 볼 기회가 없어서 그가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찬호 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아 이정도로 재미있게 강의를 하니까 TV에도 나가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 그의 강의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내가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냈을 지도 모를,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알려주는 것만 같아서, 무언가 지적 호기심 같은 것이 봇물처럼 흘러나오는 경험을 하기에 충분했다.


실은 나 또한 여러 대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소위 ‘보따리 장수’ 라고 부르는 강사 시절을 경험한 바 있기에,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그의 말들이 더 의미 깊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오찬호 박사 처럼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고 이렇게 대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다니는 삶도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도 하면서, 나는 그를 보며 나의 미래를 흐릿하게나마 그려봤던 것 같기도 하다.


본래 학문이란 것이 상아탑 안에서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한편으로는 조금 안타까운 일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학생들은 언젠가 대학을 벗어나서 사회로 나와야 할테고, 그러니 상아탑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또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연결되는 지점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교수가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로 나오는 것이 그리 ‘딴 짓’을 한다는 이유로 지탄받을 만한 건덕지가 아닐 수 있는 것이고, 학교에서 연구를 하고 강의를 하던 자가 대중을 만나는 일을 하는 것 또한 오히려 좀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재미없는 강의를 하는 교수들이야 많으니, 보다 흥미진진한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 보다 재밌는 어투로 책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대학이 아닌, 모두의 앞에 서는 것이 이 사회를 위해 보다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자주 웃으면서 그리고 그보다 더 자주는 나와 사회에 대해서 돌아보게 했던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그의 책을 한번쯤은 읽어봐야겠다 했었는데,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그의 책을 찾아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한권을 읽게 되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책. 무엇이 괜찮지 않다는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그의 책을 한 장씩 두장씩 넘겨가면서 읽는 맛이란, 마치 작년에 오찬호 박사가 도서관 강당에서 했던 그의 말투를 그대로 듣는것 같은 묘한 짜릿함을 느끼게 했다. 나는 줄곧 강의 보다는 책으로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떤 강사, 강연자를 직접 대면하여, 강의의 형태든 인터뷰의 형태든 오프라인에서 그의 목소리를 생방송으로 듣는 것은, 추후에 그의 글을 접했을 때도, 심지어 그의 육성으로 듣는 것같은 효과를 주게 된다는 사실을 그의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아, 그때 오찬호 박사가 강의때 했던 이야기가 이런 것들이었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강의를 접했던 기억이 없었다면, 그저 담담한 글로만 접했을 이야기들을 나는 꼭 그가 옆에서 얘기해 주는 것만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오찬호 박사가 강의에서 했던 얘기들이 그 책에 녹아 들어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삶을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


그는 작년 2017년 도서관의 그 강의 중에도, 또는 강의의 말미에도. “자. 이제 지금쯤은 옆에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부모님이나 다른 지인들도 뭔가 나랑은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점차 외톨이가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하는 말들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책을 보면서 그 때 그가 했던 말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는 외톨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인간답지 못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지는 자신의 모습을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우리는 늘 사회속의 고정된 이미지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 그러는 과정 중에 느껴지는 잠깐 잠깐씩의 외로움은 그것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니 우리가 무서워할 대상은 아니었다. 고독이 없다면 무슨 발전이 있을 것인가.


그래 원래 진보란 그런 것일 터였다. 세상의 모든 진보는 고정된 문화, 유구한 역사들과 싸워 때로는 힘겹게 얻어낸 것들이었고, 작은 변화를 얻기 위해서 시대와 다르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늘 기존의 질서와 싸워왔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들 그렇게 힘들게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세상과 싸워왔던 사람들 덕택으로, 지금 이렇게 그들이 살았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일 터였다.


삶의 위기에 처한 당신을 외면하지 않는 공공이 되기를

하지만 그렇게 얻어진 지금 조차, 어마어마한 자신감을 자신의 내면에 다지지 않으면 사회의 나락으로 떨어져서 다시 헤어나오기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도 선배들처럼 기존의 질서에 대항해서, 새로운 가치들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우리 사회의 하나의 단면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선배들이 자신들의 세상과 싸워서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해줬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후배들을 위해서 우리의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잘못되어있는지 알고, 정신 바짝 차려도 잡혀먹기 쉽상인 호랑이 굴 같은 이 세상을 나긋나긋한 감정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토끼굴로 바꿔 줘야 하는 것이다. 네가 사는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보다 나아야 하니까. 그것이 먼저된 자로서 나중된 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삶일 테니까 말이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살았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나 또한 진심으로 우리에게 그런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살면서 위기에 처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일테니, 누군가 삶의 위기를 직면하게 되었을때, 사회와 공공이 이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누구나 언제라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살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인생의 실패에 처했을때, 굳이 어마무시한 자신감을 탑재하지 않아도 보람찬 생을 유지하고 사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

 

나는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오찬호 박사가 그의 책에서 인용했던 버트랜드 러셀의 이야기 처럼,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힘든 연민을 늘 지니고 있어야 겠다. 나는 비록 호랑이 굴 같은 세상에 홀몸으로 내던져진 덕분에, 내 몸뚱아리보다 더 커다란 자신감을 내면에 무장한 채로, 똑바로 서있기도 힘들어 뒤뚱 뒤뚱 하면서 살아가야겠지만, 나는 앞으로 나와 같은 고통에 처하게 되는 후배들 또는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그렇게 뒤뚱뒤뚱 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기를 바란다. 만약 내게 닥친 이 말도 안되는 작금의 상황처럼, 살림하고 애기 키우면서 주부로 살고 있는데, 아직 걸음도 못한 애기와 말도 못하는 애기 둘을 두고 남편이 하루아침에 죽어버리는 처지에 놓이는 여자가 또 다시 생긴다고 해도, 그래도 앞으로는 그 여자가 자신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애기 둘을 키우면서 보통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면서 모든 것을 다 해냈으니, 너도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너보다 더 힘들게 살았다. (너가 겪는 그 어려움 쯤은)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질투어린 손길로 아픈이의 등을 세게 내리치면서 다독여?주는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만은 적어도 나 처럼은 힘들게 살지 않도록, 마치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훗날 이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갈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가슴깊이 간직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 우리가 사는 곳이 무서운 호랑이들이 득실대는 호랑이 굴이 아니라, 따뜻한 토끼와 귀여운 강아지들이 뛰노는 아름다운 들판이 되도록 나는 그런 곳을  만드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일조할 것이다.


첨언. 오찬호와 에릭남


근데, 이렇게 오찬호 박사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오찬호 박사가 강의 때 학생들이 오 박사를 보고 “에릭남을 닮았다”고 했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오찬호 박사는 학생들의 그 이야기를 듣고 “아. 뭐냐…이거 칭찬이야? 아니지?” 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우스갯 소리를 했었다. 재밌었는데, 아, 이 아무것도 아닌 농담을 문득 떠올리다 보니, 우리가 아무리 별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겠다고 외친다고 해도, 실상 정말로 우리가 속한 세상을 벗어나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오 찬호 박사 또한 외모에 대한 세상의 시선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채로 반응하지는 못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그저 농담일 뿐인 그말을 듣고서, 세상 진지하게 드는 것.


아, 우리가 정말이지 아무리 기똥차게 생각하고 이제부터는 다르게 살겠다고 백번을 다짐한다해도, 실제로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생각을 바꾸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보기에는,,, 오찬호박사는 에릭남이랑 아주 조금 닮은 것 같다.

p.10 버트런드 러셀. 러셀은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에서 자신의 인생을 지배했던 강렬한 세가지 열정이라면서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힘든 연민을 소개한다.


p.95 확실한 건 “가난한 사람은 바빠서 가난하다.”


p.220 성공해야지만 살아남는 문제 많은 사회에서 실패해도 죽지 않을 상식적인 사회로의 객관적인 변화는 이를 희망하는 나와 너의 구체적인 실천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렇게 세상이 달라지면 우리들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존엄할 수 있다.


p.278 반성이 거듭되어도 괜찮아지는 건 나일 뿐, ‘그때’ 상처받은 ‘그 사람’이 치유되지 않는다.


#블랙피쉬 얼리피쉬 1기

#옥님살롱


몇가지 종류의 스티커와 뱃지, 키링이 같이온다. 오찬호 박사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메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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