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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평점 :
골목길 자본론 / 모종린
어느 나라 어느 곳을 여행하든지 항상 내 우선적인 관심을 끄는 것은 그들의 진짜 사는 모습이었다. 이 호텔 뒷 골목에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살고 있을까? 그들의 집과 그들의 가게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래서 나가서 바라보는 이국의 동네 골목길은 화려하고 눈부신 네온사인이 없어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세상 어느 곳이든 그곳 역시 사람사는 곳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그래도 나와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가를 알아가는 것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와 역사 유적지, 박물관 미술관을 투어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소박한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것 만큼 흥미롭지는 않았다. 내게 이국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접하면서 그 사람들의 삶의 진정한 속살을 만나는 것은, 사랑하는 내 아이의 볼을 맞대 부비는 것만큼이나 친밀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국에서 그들의 삶을 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곳은 그들의 오래된 골목길이었다.
작은 골목길을 거닐면서 한국의 어느 골목길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기도 하고, 조금이나마 공통점이 있는지, 아니면 차이점을 찾아내면서 그 흥미로움에 즐거워하기도 했던 것이 나의 여행법이었다. 이국에 나가면 외국어로 적혀져 있는 길거리의 간판들 조차 가슴에 설렘을 불어넣는 것이었으므로, 거리를 걷는 다는 것 자체가 가슴이 떨리는 행위였던 것이다.
모종린이 골목길 자본론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역사와 유서가 깊은 골목길을 재생하는 것은 이곳을 사는 현 시대의 청년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새로운 생산을 하게 하는 훌륭한 동기가 될 수 있겠지만, 유커에 의지해온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하는 구심점이 될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골목길 중에서 개인적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던 곳은 영국 에든버러와 뉴욕의 작가도시 브루클린 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란 살고 지내기에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일까? 그런 곳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그곳에 가서 사는 것이 아마 나의 꿈 중의 하나가 될 것임에 분명할 것이라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생각했다. 작가의 도시가 있다면 그곳에서 잠을 자고 꿈을 꾸는 일이 매우 흥미로워, 나는 그 어떤 힘든일에도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p.23 흥미롭게도 골목길의 독특한 매력과 문화를 창출하는 상업시설은 맛집, 독립서점, 공방, 보세가게 등 고숙련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독립가게이다.
p.25 하지만 골목의 진짜 매력은 잘 짜인 기획만으로는 결코 가 닿을 수 없는 고유의 정체성과 진정성에 있다.
p.33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 가게가 영원히 그 자리에 계속 존재 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순간의 만남과 거래를 최대한 만끽하는 것이다. 이 가게가 내일 없어질 수 있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을 즐기자
p.67 전 세계적으로 소소한 일상을 즐기고 취향을 소비하고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볼때 골목상권은 상권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
p.171 에든버러는 전통 보전과 교육을 통해 뚜렷한 역사관과 소명의식을 가진 위대한 작가를 배출한 도시다.
p.211 작가라면 한번쯤은 파리 생제르맹데프레 카페에서 글을 쓰고 다른 작가와 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p.212 뉴욕의 독립서점, 독립출판의 중심지로 부상한 브루클린이다.
p.214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토론하고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면 작가의 도시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p.215 독립서점들은 지역작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 기간에는 저명 작가를 초대해 독서회와 저자 사인회를 연다. 평상시에도 거의 매일 독서회를 열고 커뮤니티 행사를 통해 브루클린 작가들의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한다.
p.217 독립서점은 지역 독자와 작가가 만나고 대화하는 일종의 사랑방이다. 독자들은 독립서점에서 인터넷 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와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은 작가에게 중요하다. 그들의 경험과 스토리가 작품의 소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p.218 위크 매거진의 제시카 헐링거는 독립서점의 경쟁력을 특별한 경험제공, 맞춤형 도서 추천, 상품의 다변화, 지역공동체 구축 등 네가지로 설명했다.
작은 도시의 독립서점은 개인 맞춤형, 지역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로 대형 서점과 경쟁한다. 뉴욕 타임즈가 2016년 보도한 미 중서부의 한 독립서점은 무려 1,500명의 고객을 개별적으로 관리한다. 등록한 고객에게 매달 추천도서를 이메일로 보내고, 구매도서에 할인혜택을 준다.
진정한 의미의 브루클린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고 독서를 즐기며,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은 지역 문학 공동체가 작가의 도시 브루클린을 만들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p.245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행지의 문화를 체험할 그런 기회를. 지역 재료를 요리하는 맛집, 다양한 디저트와 커피로 유혹하는 카페, 평소 접하지 못하는 지역 콘텐츠를 판매하는 동네 서점, 지역 주민이 모이는 포장마차와 바가 즐비한 거리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기 어렵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서 오프라인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지속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럼,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는 마음으로) 언젠가 나의 살롱도 오프라인으로 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없는 살림이지만 맛있는 것도 서로 나누는. 그런 날이 오기를.
*다산 북스 북클럽 나나흰 7기 김경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