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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 일상의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생각의 혁명
브라이언 크리스천 & 톰 그리피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3월
평점 :
현대사회의 일반적인 쟁점 중 하나는 인간의 경험과 데이터 중 어느 것이 판단의 중심에 있는지다. 데이터가 훨씬 우수하다는 증거들이 많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묵적 지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분야도 있고, 이 둘은 역할의 비중이 조절될 뿐 모두 필요한 분야도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물론, 제일 큰 걸림돌은 사람들의 저항(세대간의 관점)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알고리즘을 통해 인생문제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한 때 유행이었던 'OO의 경제학' 류와 같이 일상생활의 문제를 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설명하거나, 통계 분석을 통해 기업경영이나 사회행정 분야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나열한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있지만, 철저하게 통계와 확률에 기반해 체계적인 사고를 평소에도 발휘할 수 있도록 '내재화' 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해야겠다. 아마, 네이트 실버가 쓴 <신호와 소음>이 가장 비슷했던 책인 듯 싶다. 읽은지 벌써 3년 반이 지난탓에 가물가물하지만 계속 이 책을 떠올리면서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신호와 소음>보다 좀 더 철학적이다. 제시된 알고리즘은 모두 다르고, 그것을 적용할 수 있는 시기나 상황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효과(Gain)를 극대화 하기보다는 실현될 혹은 미래에라도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Loss)를 최소화하라'는 내용인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다양한 증거들을 수집하여 이를 변수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래 서평의 <사례 2>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해서 어떤 사건을 역으로 바꾸지 말라는 거였는데, 이런 오류는 지나치게 '단순화' 하는 것을 통해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이러한 태도는 끊임없이 다양한 사건들을 채집하고, 어떤 것이 어느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고, 이를 통해 사건의 확률을 부지런히 '업데이트' 해 나가야 한다는 '베이즈 규칙' 과 정확히 일치한다. 책 6장 <베이즈 규칙>에서 들고 있는 마쉬맬로우 일화에 대한 해석은 짚고 넘어갈만 하다.
마시멜로 실험이 의지력에 관한 것이라면, 이 실험은 자제력을 터득하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입증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 실험이 의지보다는 기댓값에 관한 것이라면, 이 조사결과는 다른, 아마도 더 심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로체스터대학교의 연구진은 최근에 사전 경험이 마시맬로 실험에서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조사했다. ... (어린이들은 먼저 미술과제에 착수했는데) ... 실험자인 어른은 아이들이게 평범한 미술용품을 준 다음, 곧 더 좋은 미술용품을 갖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이들 자신은 몰랐지만, 그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쪽 집단의 실험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약속한 대로 더 좋은 미술용품을 갖고 돌아왔다. 반면에 다른 쪽 집단의 실험자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빈손으로 돌아와 놓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미술과제를 끝난 뒤, 아이들은 표준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했다. 앞서 실험자가 못믿을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이들은 실험자가 돌아오기 전에 마시멜로를 먹을 확률이 더 높았다. 즉, 간식을 하나 더 받을 기회를 잃는 비율이 높았다. (모두 272 페이지)
이 실험은 이외에도 참 다양한 목적으로 인용 또는 비판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간단하게만 이야기하면 단순히 실험 참가자인 아이들의 자제력이 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기본적으로는 아이의 자제력 이외에, 1) 어른이 돌아온다는 말 자체를 믿는가, 2) 어른이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걸 믿는가의 두 가지가 추가로 아이의 최종 행동 혹은 의지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으면 자제력이 더 클 거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3) 아이들마다 달라 어떤 나이대에서는 역전될 수도 있다.
위의 기사도 진지하게 파고들면 그런 오류를 똑같이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에 대한 선생님의 언행은 중요하지만 단순히 그것 하나만으로는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대신 저 말 한마디가 방아쇠가 될 수는 있었겠다고 보는 편이다. 물론, 이걸 믿고 학생들에게 조심해야겠다는 선생님이 있다면 그건 좋은 오류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한마디로 "인생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 인생과 남의 인생 모두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