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머니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투자전략, 젊음이 엣지다
패트릭 오쇼너시 지음, 한지영 옮김 / 새로운제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 세대 갈등론; 밀레니얼 세대가 지는 게임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한테 좋지 않은 감정이 많다. 물론 어린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쪽이었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는 약한 치매와 풍을 안고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에서 모시게 됐었는데 내가 할머니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걸 아버지는 외면하고, 어머니는 이걸 조금이라도 풀려고 시도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끝까지 풀리지 않았다. 풀 생각도 전혀 없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당했는데 그 사람이 병 들고 나이 들었으니 화해하라니? 더욱이 청하지도 않는데. 그게 무슨 논리인가... <헌터X헌터>에서 클로로가 그랬다. 굴레는 잊는게 아니라 끊는거라고. 


그러면서 나는 나이 든 사람과 업을 엮는다는게(특히 내 의지가 아니라면) 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회로 나와보니 이런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면 억측일까? 물론, 모든 세대는 괴롭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으로 젊은 시절을 다 날려보낸 세대가 내 조부모였고, 우리 부모세대는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은 급격한 사회 변화를 다 견디면서 노후에 와서는 예상외로 오래 사는 부모와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자식 부양에 낀 세대가 되어버렸다. 서로 자기가 힘들었다고 해도 다 맞는 말이다. 이건 개그맨 유병재의 말 따나 '네가 힘들다는 걸 알아도 내가 덜 힘든 건 아닌' 셈이다. 


허나, 이건 세대 내의 문제이고 서로 다른 세대 간의 문제로 오면 양상은 달라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중에 위치한 세대의 입장에서는 '그럼 니들이 어쩔건데?' 라는 막무가내 논리를 뒤집어 써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저 논리는 숫자와 돈이 얽혔다고 다르지 않다. 국가부채 확대, 노년층을 위한 사회보상세 확대, 의료비 지출 증가 등이 해당한다. 이 책에 '책임부채' 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건 마치 '비자발적' 책임부채가 되어버리는 형국이다. 


□ YOLO vs 스튜핏; 투자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 세대의 문제에 집중해서 보자. 한동안은 단순히 'O포 세대'라고 해서 연애와 결혼 등 인생에서 겪어야 할 몇몇 과정들을 포기했다는 자조가  섞여 나왔지만, 요즘의 표현들은 보다 구체적이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인생은 한 번뿐이다' 라는 의미의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다. 한마디로 현재의 만족만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겠다는 극단적인 스탠스인 셈이다. 동시에 이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트렌드도 있다. 개그맨 김생민씨가 나오는 <영수증> 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사연을 의탁한 일반인들의 한 달치 영수증을 일일히 보며, 코멘트를 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과도한 지출에 대해서는 '어리석다'는 의미로 '스튜핏' 이라고 하는 것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여기서는 극단적으로 꼭 필요한 소비만 하며 저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둘 다 재미있는 현상이긴 하나, 빠진 것이 있다. 소비와 저축만 있지 투자는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영수증>에서 조차도 대놓고 투자가 부정적이라고 하지는 않으나, 투자상품을 줄이거나 없애서 예적금을 하거나 주택 대출금을 먼저 상환하라는 조언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건 현실의 반영일까? 실제로도 20~30대에게 '투자' 는 재무계획에서 아얘 빠져버린 선택지인 것처럼 보인다.  



□ 탁월함; '그렇게 되기 싫다'는 네거티브 


흰 쌀을 불려서 적당한 물을 넣고 전기밥솥에 끓이면 밥이 된다. 그런데 이 때 가서야 '저는 쌀밥을 지으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된장찌개를 만들고 싶었어요!" 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어떤 행동을 하면 응당 거기에 예상되는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성과가 나오는 시점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 내용 자체는 제한적이다. 바꿔 말하면 '열심히' 쌀 불리는 시간을 재고, '철저하게' 물 양을 맞춘 다음 '조심스럽게' 전기밥솥에 얹는다고 해서 그게 된장찌개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진로문제도 그렇다.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인정받는 대학에 들어가서, 높은 학점 받고, 알아주고 급여 많이주는 직장에서 열심히 오래 일해 아끼고 저축한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일단 알려진대로 열심히 해야하는게 변명이 될까?


여기서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그렇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적어도 '그렇게 되기 싫으면' 말이다. 앞서 평균의 현실적인 20~30대에게 빠진 것은 투자라고 지적했다. 소비와 저축을 얼마나 '잘' 혹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 복리수익; 젊음이 엣지다


그럼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책에서도 '밀레니얼 체크리스트' 라고 해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주주수익률이 5% 이상인가?

 - 투자자본수익률이 30% 이상인가?

 - 영업현금흐름이 순이익보다 높은가?

 - 잉여현금흐름 대비 시가총액이 10배 미만인가?

 - 지난 6개월간 모멘텀이 가장 높은 상위 20% 집단에 해당하는가?


그런데 이 전략을 시행하려면 기업재무 관련 데이터도 수집해서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혹자에게는 말이 좀 어려울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이다. 복리의 중요성은 여느 투자 관련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특별할 건 없다. 다만, 여기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충분히 많은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을 갖추고 있으면서, 투자를 할 수 있는 충분히 긴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윗세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통상적인 투자수익은 수익률과 시간의 조합인데, 시간이 충분히 많다면 수익률을 희생해도 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 기대 수익률이 낮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위험을 회피하는데 반영할 수 있으며,  손실 가능성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간은 어떻게 해도 벌 수 없으며, 왠만큼 높은 수익률로도 만회가 되지 않는다. 

 

□ 유전자 몫의 세금과 소음 


시간이 주는 복리효과를 이해하고, 좋은 기업을 고르는 전략을 마련했다면 이를 지속하는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심리적 허점들, 책에서는 '인간 유전자 몫으로 내야하는 세금'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크게는 아래와 같다. 


 - 고점매수 저점매도

 - 위험회피, 보상추구 

 - 행동패턴을 바꾸는 무의식

 - 즉각적인 욕구 추구와 만족지연 

 - 패턴 찾기 


또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얻는 정보중 판단을 방해하거나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정보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을 흔히 '소음'으로 분류하는데, 투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래 책에 드러나 있기도 하다.  


□ 배당; 비관속의 근거 


이 책의 마지막 장인 나오는 말의 제목은 '밀레니얼 세대의 근거 있는 비관주의' 이다. 나는 이 제목이 참 인상깊었다. 왜냐하면 나를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부정적인 부분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 윗세대를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할 것이 명백하며, 

 - 교육도 트렌드도 '투자'라는 선택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고, 

 - 우리 세대도 다르게 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안고가야 하는 많은 내/외부의 방해가 있다. 


그럼에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든지, 투자를 해야한다든지에 대한 근거라면 책에서 언급대로 시간이 가져다주는 복리수익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면 '배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투자 복리수익의 경우는 가정한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 이 없다. 당연한 것이지만, 좀 더 자세히 언급해 보자면, 전년도에 평가익으로 8%를 거둔다고 해도 실현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차년도 시황에 따라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낮은 가격에 매수해서 보유중인 주식을 무작정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작긴 하지만 세금과 수수료 문제도 따라오고 말이다. 


하지만, 그 수익이 배당 4%와 평가이익 4%라면 어떨까? 평가이익이 내 소유의 숲에 둥지를 튼 새라면, 배당은 쉽게 말해 '새장 안으로 들어온 새'에 해당한다. 다른 말로 하면 실현한 이익이라는 거다. 그리고 이는 재투자함으로써 다시 추가적인 평가이익을 위한 원금(시드머니)으로 전환이 되고, 더 보다 많은 배당금으로 돌아온다. 겹복리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그래서 나는 충분히 배당도 비관속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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