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당신을 위한 결혼 사용설명서 - 맞벌이 부부 1만 명의 리얼 처방전
오쓰카 히사시 지음, 박승희 옮김 / 부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서로 편하고, 있는 그대로를 내보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관계의 유지나 발전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닐겁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지점 한 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지 않나 싶은 두번째 지점은, '사랑 = 결혼'이라는 등식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사랑의 완성형이 결혼이라는 생각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사랑할 때 느꼈던 감정, 습관 등을 결혼에 그대로 투영하려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결혼은 사랑과 다르죠. 사랑은 둘만의 경험이지만, 결혼은 '우리' 이외의 주변인들이 주인공으로 부상하게 되는, 사회계약의 측면이 더 강합니다. 특히,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하다는 것이죠. 
 
결혼 전에는 결혼 당사자끼리의 문제라고 말하던 사람도 결혼하는 순간부터 결혼이 가족의 문제라는 것을 빼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결혼이 궁합이나 애정만으로 대처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이때처럼 확실히 느끼는 때가 없을 것이다. (195 페이지)
 
주변인의 문제, 특히 양가 부모님과의 관계는 결혼생활 유지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자각이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부모가 출가한 자식에 대해,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서로 독립된 관계를 인정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들을 제 주변에도 많이 봤거든요.   
 
배우자와 그 부모의 관계는 결혼 전에는 의외로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후회거리가 되기 쉽다. 결혼 전에는 얼핏 보면 부모를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결혼 후에 그렇지 않음을 알고 놀라게 되고 불만이 조금씩 쌓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모로부터의 자립'을 효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 어리광일 부리는 일'을 효도라고 여기는 가치관의 차이도 있으므로 서로의 사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뿌리 깊은 문제가 된다. (79 페이지)
 
원래 결혼이란 사회 계약이다. 이는 부부임을 사회에 인정 받음과 동시에... 서약의 말처럼 상대에 대한 사랑을 사회 계약속에서 맹세하는 것이다. 이 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상대를 공경하며 도울 것을 서로 맹세하고 결혼했으므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 끼여 난처해하는 남성이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남성은 결혼 서약을 통해 누구보다 아니를 우선한다는 계약을 이미 맺었기 때문이다. (80 페이지)
 
결혼 생활과 관련해서는 매 순간순간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 얼마나 많을까요? 책에서도 그렇지만, 책 안에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이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본 하나의 원칙이라면, 배우자와의 관계 역시 '타인과의 관계'처럼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평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 간에도 '잘 잤어?' '잘 자' '잘 먹을게' '고마워' 등의 인사나 감사의 말을 주고받는 습관이다 이런 접점만 있어도 완전히 차가운 관계는 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보고, 연락, 상담'을 하는 것처럼 가정에서도 접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대화로 발전하게 된다. (34~35 페이지)
 
어느 외국인 남성에게서 자신이 아내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하는 이유는 상대가 애정 표현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 다만 상대가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끼는 안도감과 행복감을 위해 말하는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나는 그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줄 아는 남자라고 느꼈다. (92 페이지)
 
결혼 생활에서 잘 사는 부부와 헤어지는 부부의 차이에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적인 특징을 잘 살리고 있는지의 여부도 관계가 있다. ... 원래 여성은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동물이고 남성은 '의지해 주기를 바라는' 동물이다. 이런 특징을 이해하고 있는 부부가 잘 산다. (109 페이지)
 
배우자의 아군은 당신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말이야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대전에서 본다면 왜 자신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느냐가 아니라, 배우자가 즐거워할 모임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179 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에 좀 더 강하게 동의할 수 없는 건, 관계에서 찾아오는 문제들의 당사자가 되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확고한 태도를 지킨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인용하고자 하는, 자식 교육에 대한 부모의 3가지 가치관은 인상적인 부분이라 따로 소개합니다. 책에서는 어느 유형이 좋다 나쁘다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어떠한 동기에서 시작하 건 부모의 역할은 기회를 주는 것이고, 이후에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지켜볼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는 계기는 부모의 3가지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
 
① 체험형 : 부모가 직접 해본 활동에 대해 즐거운 기억이 있어 이를 전해주려고 시키는 교육
② 소망형 : 부모가 해보지 못했던 점을 아쉽게 생각해 아이에게 시키고 싶어 하는 교육
③ 목적형 : 경험하지 못했던 사안에 대해 장래 특정한 목적을 두고 시키는 교육
 
아직, 결혼이 소원해 보이는 제 입장에서는 글로 결혼을 배웠다는 씁쓸함(?)을 남기지만, 여러모로 제 가치관과 비슷한 점이 많은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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