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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고민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니시우치 히로무 지음, 최려진 옮김 / 부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직장내 인간관계, 적성, 업무, 연봉, 제테크, 가족 등 직장인들에게는 모두 만만치 않은 것들이지요. 이 책은 직장인의 생활에서 맞닥트릴 수 있는 고민거리들을 짚어보고,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처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제5장 '왜 돈이 모이지 않을까' 부분인데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마음의 회계'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회계라는 것은 철저하게 차변과 대변이 맞아 떨어지는 숫자로 표현하는 학문인데 앞에 '마음' 이라는 단어를 보면 첫인상부터 뭔가 모순된 표현이라는 느낌이 옵니다. 짧게 말해, '마음의 회계' 라는 건, 돈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감정에 좌우될 정도로, 허술하다는 의미인데요, 이런 심리 실험이 나오네요.
A : 내가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7만원짜리 구두를 걸어서 10분정도 떨어진 다른 가계에서는 6만원에 팔고 있다.
B : 내가 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99만원짜리 TV를 걸어서 10분정도 떨어진 다른 가계에서는 98만원에 팔고 있다.
이 두 상황을 두고 1만원을 아끼기 위해 먼 곳에 있는 상점을 가겠냐는 질문을 하면, A 상황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B 상황에 비해 높았다고 합니다. 절대 금액과 수고는 같아도 할인율이 다르면 선택이 왜곡되어 버린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심리적 기제는 끼워팔기나 시간대 할인 등에도 적용됩니다. 비용과 수고를 다르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겠죠.
화폐적인 가치를 상황에 따라, 감정적으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이러한 '마음의 회계'는 과소비를 부추기게 되고, 뿐만아니라 투자에 역시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는 심리적인 착각을 불러오게 합니다.
그럼에도 펀드 매니저들은 하나같이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실력'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전원이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실력'이라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가 안리 수 없다. 수학적으로 이 주장이 성립하려면 펀드 매니저 전원의 실력에 전혀 차이가 없어야 한다. ... 이 이상한 상태를 설명하는 개념이 행동경제학자에 의해 지적된 '과신 편항'이다. 편향이란 '쏠림'을 의미한다. 요컨대 인간은 평균적으로 자신을 과도하게 높이 평가하는 방향으로 쏠리기 쉽다는 것이다. (160~161 페이지)
어떤가요? 사실 자신을 평균이라고 말하는 펀드 매니저들도 마음속으로는 자신을 '평균을 (훨씬) 웃돈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릅니다. 여기에 약간의 겸손을 보태 평균이라고 하는 것일테고요. 하지만 평균을 따지는데 있어, 절대적 다수는 평균보다 훨씬 밑이라고 보는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평균'이라는 것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외에도 책에는 돈과 관련된 다양한 심리 기제들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 부분은 직접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행동경제학이나 조직행동론과 같이 경영학, 또는 심리학 이론에 기대어 이야기를 풀어쓰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만 근거 사례나 자료가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좀 많이 아쉽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이미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정말 그런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됩니다. 쉽게 읽히지만 친절하지는 않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