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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이 책은 우선 목차부터 봐야겠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사랑하는 자의 모습으로
첫 번째 질문: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자율성의 시간, 기쁨에 몰두하는 시간
두 번째 질문: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문자보다 삶을 바라보는 능력
세 번째 질문: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운명보다 거대한 선택의 힘
네 번째 질문: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슬픔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형식
다섯 번째 질문: 책이 쓸모가 있나요?
자기 계발의 진정한 의미
여섯 번째 질문: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공통성의 경험, 능력자 되기, 앎의 시작
일곱 번째 질문: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잘 잊어버리기, 손으로 기억하기, 몸으로 기록하기
여덟 번째 질문: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우리를 계속 꿈꾸게 하는 리스트
마지막, 비밀 질문
책 속의 책들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책을 읽으면서도 의심을 하게 됩니다. 첫번째 질문을 뺴고는 지금의 제 처지에 몇 번이고 던져봐는 질문들입니다. 그렇게 보면 모두의 불안은 비슷한가 봅니다.
책을 읽는 이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것이 의미가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겠죠. 독서라는 건 라디오 듣기나 영상물 시청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의식적인 활동입니다. 내가 시간을 내서, 끊임없이 생각하며 접근할 때 진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이렇게 '나를 키우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언제부턴가 삶 전체가 원하지 않는 시간들, 아무 재미도 없는 무의미하고 무료하고 피로한 시간들, 비극이자 코미디인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삶은 내가 원한 삶이었다고 말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36 페이지)
지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도 전 제가 사실은 책일 읽을 능력이 안 되는데 눈으로 활자를 쫒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아래 문장들은 거기에 대한 답이라고 봐야 할까요.
능력은 원형이라고 할 만한 어떤 하나에서 시작되어 계속 덧붙여집니다. 능력을 사랑이란 말로 바꿔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엔 두 사람이 만나 셋이 되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동안 나머지 한 쪽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어떤 것, 새로운 세계관이든 잊을 수 없는 경험이든 진리든 뭐든 제3의 것이 태어납니다. (55 페이지) ... 책을 읽는 능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 있긴 합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자신을 채웠던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리듬과 실저를 받아들이는 능력 같은 겁니다. 독해력이 있어야 한 해에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들을 하곤 하는데 저는 그 생각에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책을 몇 번 되풀이해서 보거나 곱씹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57 페이지)
최근의 힐링 코드의 중심에도 책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책이 정말 위로가 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우린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수가 있죠? 다른 방식의 위로란 것도 있을까요? 고통이 잊을 수 없는 거라면 우린 조금 욕심을 부려야만 합니다. 좋아, 너에게서 내가 의미를 끌어내 보겠다, 너를 승화시켜 보겠다, 너랑 싸워 보겠다. 이런 용기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고통은 없다는 듯이 굴지 말아야 합니다. 진짜 오만한 사람은 그 무엇에도, 자신의 고통에도, 타인의 고통에도 상처 받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92 페이지)
책을 통해서 받는 위로라는 건, 책을 통해 결국 고통을 마주하는 내 삶의 태도가 바꼈을 때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앞에서 이야기 한 '제3의 것'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 나 - 나의 태도' 순으로 말이죠. 책의 주인공이나 이야기 그 자체는 위로가 되지 못하죠. 그런 면에서 현대의 자기 계발서나 긍정심리학 책들의 맹정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네요. 무조건 될 것이라고 하지만 거기에는 어떠한 검증도, 책임도 없고, 그래서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바닷물과 같은거겠죠.
같은 병을 앓고 있다면 유대감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유대감 대신에 개인이 점점 원자화되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의 흑마술입니다. 댄 하인드는 <대중이 돌아온다>에서 현대를 '정신 질환과 자기 계발이 대유행인 시대'로 규정합니다. (110 페이지) ... 인정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욕망입니다. 자기 계발서나 긍정 심리학 책들은 안정되고 싶어하는 우리 마음의 조급하고 약한 부분을 파고듭니다. (111 페이지)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활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에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의미를 이것이 내 의지와 선택에 의한 활동이라는 것, 그리고 지속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내 삶은 운명이 아니야. 운명이라기 보다는 내 의지와 선택의 결과야. (88 페이지)
능력에 대해 다시 말해 본다면, 자신이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 보는 경험은 무능력한 사람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 쪽으로 우릴 옮겨 놓습니다. 무능력은 재능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일을 지속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런 면에서 다행스럽게도 우린 이미 어느정도는 능력자입니다. 우연히 태어난 이 삶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려고 하니까요. (144 페이지)
우리는 꼭 문학 평론가나 학자가 되려고 읽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데 도움을 받고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읽고 쓰는 겁니다. 서평은 아마추어의 예술이니다. 서평은 자기 생각을 써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됩니다. 서평은 자기 자신입니다. (167 페이지)
마지막으로 이 한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당신이 책을 읽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주십시오." (236 페이지)